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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Feb 10. 2024

오늘, 당신이 기록하고 싶은 한 줄은 무엇인가요?

올해도 시작한 지 벌써 한 달 반이 지나고 있다. 음력으로 설날 아침이다. 이제 명절이 되면 부모님과 여동생 내외를 만나러 먼저 본가에 온다. 그저께 저녁에 도착해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그동안의 근황을 나눈다.      


어제 아침에는 올해 우리 나이로 11살 된 둘째 아들과 축구공을 들고 공원에 갔다. 작지만 인공 잔디도 잘 정리된 축구장이 보인다. 거기에서 같이 패스도 하고, 드리블 연습도 했다. 내가 골키퍼를 보고 아들이 슛하면 막는 연습도 병행했다. 나이가 드니 몸이 생각보다 잘 따라주지 않는다. 이미 마음은 공을 잘 찬 거 같은데, 헛발질이다. 그 모습을 본 아들은 혼자 웃고 있다. 아빠는 이제 축구 너무 못해!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낮잠도 잤다. 어머니가 배추전을 준비하고 있다. 어린 시절 참 좋아했던 배추전이다. 배추전과 식혜 한 잔을 먹는다. 직접 담근 식혜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누가 예전처럼 집에서 다 담그냐고 다그친다. 어쩐지 식혜 한 잔이 가게에서 산 시원한 맛이 나는 게 이상했다. 아무튼 맛나게 배추전도 같이 잘 먹었다.      


저녁이 되자 다시 온 가족이 모여 야영장처럼 생긴 정육 식당에 갔다. 배 터지게 돼지고기 삽겹살, 목살, 항정살 등을 먹었다. 소주 한 잔과 곁들이는 고기 한 점은 지겹게 먹었지만, 먹을 때마다 일품이다. 그 느낌이 아마 단순하게 행복하다! 라는 한마디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글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 다녀와서 알딸딸한 기운에 미리 부모님께 세배했다. 원래 설날 당일 아침에 해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몰라 미리 하자고 해서 아이들과 같이 절했다. 나에게도 세뱃돈을 준다. 마이제 50이 다 되어가는 아들에게 여전히 부모님은 주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잘 받은 돈은 아내에게 전달했다.      


그저께 저녁부터 오늘 오전까지 이제 막 시작한 설날 연휴에 무엇을 했는지 기록했다. 읽어보면 어떠한가? 잘 쓴 것처럼 보이는가? 그냥 일기 정도의 글로 나열하지 않았는가?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먼저 이렇게 오늘 당신이 기록하고 싶은 한 줄부터 찾아서 써보라고 권한다.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하루에 한 줄 정도는 글로 옮길 수 있는 상황이나 사건은 하나씩 찾아볼 수 있다. 오늘 점심 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 업무 진행하면서 생겼던 에피소드는 무엇이 있는지, 상사가 나에게 뭐라고 했는지, 아내와 별걸 아닌 것으로 다투었는지 등을 한 번 기록하면 된다.      


처음에는 기록할 때 오늘 이러저러해서 ~했다는 식으로 나열해도 좋다. 좀 더 익숙해지면 독자에게 보여주는 글쓰기로 바꾸면 좋다.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다음과 같다.      


(나열하는 글쓰기) “오늘 아침 8시에 일어났다. 어제 회식 여파로 인해 늦잠 잤다. 빨리 출근 준비 후 택시 타고 갔는데도 불구하고 지각했다. 상사에게 혼났다.”     


(독자에게 보여주는 글쓰기) “따르르릉!! 스마트폰 알람이 울린다.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스마트폰을 본다. 몇 시지? 8시다. 큰일 났다.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난 거지? 아 맞다. 어제 이 대리와 3차까지 가서 먹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대체 소주와 맥주를 몇 병을 마신거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세면대로 갔다. 얼굴에 대충 물만 묻히고, 머리를 감았다. 옷을 입으면서 카카오톡으로 택시를 부른다. 택시나 집 앞에 왔다는 메시지가 뜬다. 부리나케 가방을 챙겨서 구두 신고 뛰쳐나갔다. 택시 타고 가고 있지만, 길이 너무 막힌다. 이미 지각은 확정이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박 부장의 큰 소리가 내 귀에 먼저 들린다. ”지금 몇 시야?!“      


두 글을 읽어보면 차이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싶은 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당장 어제 또는 오늘 무엇을 했는지, 누구와 만났는지 등에 대해 기록하고 싶은 한 줄을 찾아보자. 그것을 짧고 간단하게 기록하자. 우선 나열해 보고, 독자에게 보여주는 글쓰기로 연습하자. 마지막에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금상첨화다. 자, 오늘 당신이 기록하고 싶은 한 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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