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오랜만에 어느 기관에 오프라인으로 강의를 다녀왔다. 안 좋은 일이 겹쳐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두통도 심했지만, 밖에 나오니 기분 전환이 되었다. 강의 주제는 글쓰기는 아니었다. “00시의 도시 디자인”에 대해 2시간 정도 진행했다. 강의하기 전 본업 외 작가라고 내 소개를 했다.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강의 주제와 관련된 질문도 많았지만, 의외로 글쓰기 관련 질문도 나왔다. 특히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었다. 퇴직 후 이제 막 60살이 넘었다고 웃는 여성분이다. 그녀는 나를 똑바로 마주하고 큰 소리로 물었다.
“50대 초반부터 일기장에 글을 쓰고 있어요. 매일 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생각날 때마다 끄적이는 수준이에요. 글을 정말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의하면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지만, 그녀만큼 절실하게 물어본 사람은 처음 봤다. 잠시 멈춰서서 나는 그녀의 눈을 한참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 눈에서 뭔가 대단한 대답을 얻고 싶어하는 마음이 들었다. 마이크를 천천히 들고 나는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왜 글을 잘 쓰고 싶나요?”
“저도 강사님처럼 책을 내고 싶어요.”
“꼭 책을 내고 싶어서 글을 잘 쓰고 싶으신 건가요?”
“네, 저도 제 이름으로 된 책을 써서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요.”
그녀의 우렁찬 대답을 들었던 청중이 한바탕 웃는다. 뒤에서 누군가가 수근거렸다.
“아니, 아무나 책을 내나? 저 앞에 있는 강사님 같아야 책을 쓰지.”
이 말이 내 귀에까지 들렸다. 나는 다시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저도 지금 질문하신 선배님처럼 일기만 평생 썼던 사람입니다. 제가 책을 출간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후 다시 살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치유하고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어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5줄 이상 쓰지 못했습니다. 아까 뒤에서 어떤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한테도 아무나 작가가 되겠냐는 막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저도 글을 잘 쓰고 싶었거든요.”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청중을 쳐다보았다. 모두가 나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아까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저에게 질문했던 분의 눈을 보니 예전의 제 모습이 생각이 났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무슨 비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방법은 물론 있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그것은 바로 매일 쓰면 됩니다. 쓰지도 않으면서 잘 쓸 수 없습니다.”
내 대답을 들었던 그 질문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매일 조금씩 글을 쓰겠다고 했다. 나는 꼭 그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한마디만 덧붙였다. 앞으로 쓰는 글은 독자를 위한 글을 쓰고, 그들에게 메시지를 주면 좋겠다고. 남을 도울 수 있는 글을 매일 쓰면 반드시 책을 낼 수 있다고.
정말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이제는 글쓰기 강의나 책은 더 이상 쳐다보지 말자. 진짜 모른다면 강의를 듣고 책을 읽는 것은 필요하다. 기본지식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지식이 장착되었다면 이제 행동으로 옮기는 일만 남았다. 그냥 쓰자. 매일 쓰자. 그것만이 글을 잘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왜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냐고? 5줄 이상 쓰지 못했던 내가 9년째 매일 쓰다 보니 이 정도로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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