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강의 때 이야기하면서도 가끔 타인의 SNS를 보면 비교하기도 한다. 그런 내 모습에 힘이 빠지기도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혼자 위안 삼기도 한다. 나보다 글을 늦게 쓰기 시작했지만, 출간한 책이 잘 돼서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사는 지인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물론 그 숫자가 많지 않다.
마흔 전후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도 5년 정도 지속하면 전업 작가로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야 나의 길을 찾은 것 같아서 하루하루 사는 게 즐거웠다. 일이 힘들어도 글을 쓰는 순간만큼 참 행복했다. 나도 곧 이 지긋지긋한 직장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자 무슨 글이든 생각나는 대로 썼다. 첫 책 <모멘텀> 원고를 쓰면서 이 책만 출간되면 내 인생은 이제 모든 것이 바뀔 것 같다는 기대가 있다 보니 아무리 피곤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미친 듯이 열정을 쏟아부어 첫 책 <모멘텀> 원고를 완성했다. 2015년 7월부터 9월 초까지 딱 두 달이 걸렸다. 초고를 쓰고 회사를 옮기게 되었다. 잠깐 울산에 내려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계약 업무를 맡게 되었다. 업무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면 내 글을 책으로 내 줄 출판사를 찾기 시작했다.
쉽게 이야기해서 투고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출판사 리스트를 정리해서 이메일로 내 원고와 출간기획서를 보냈다. 기대가 컸지만, 실망도 컸다. 3달 동안 300군데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지방에서 혼자 있다 보니 향수병도 도졌다. 이래저래 심신이 지쳐서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새 직장을 구하면서 한 번만 더 투고해 보기로 했다. 마지막 기회에 출판사 한 곳에 연락이 왔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했다. 원고를 조금만 더 다듬으면 좋은 책이 나올 것 같다고 편집자의 말에 울컥했다. 계약 조건은 평범했지만, 너무 기뻤다. 엉망진창으로 쓴 내 원고를 좋게 보고 출간해 주겠다고 하니 감사했다. 그렇게 계약서에 날인하고, 석 달 동안 퇴고 작업을 거친 후 2016년 4월 <모멘텀>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몇 달만 고생하면 전업 작가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책 인세와 강연 등으로 충분히 월급 이상 벌 수 있다고 믿었다. 한 달이 지나자 그것이 신기루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책은 팔리지 않았고, 어떤 강의 제안도 없었다. 내 판단 착오였다. 회사에서 탈출할 수 없었다.
아무런 변화가 없자 더 이상 책을 출간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번 출간한 경험으로 끝내려고 했다. 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서 더 쓰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언젠가는 전업 작가로 성공하고 싶어서 처음 생각했던 5년 내 목표를 이루겠다고 결심했다. 전업 작가가 될 때까지 다작하는 작가가 되자고. 그리 마음을 다시 바꾸어 먹고 다시 노트북을 켜고 쓰기 시작했다.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회사 다니는 직장인 작가로 남았다. 그 후 4년이 더 지났지만, 현실은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본업에도 문제가 생겨 약 8년 다닌 전 회사에서 비자발적 퇴사를 당하게 되고, 올해 새 회사를 옮기게 되었다. 전업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회사를 탈출 하고 싶은 마음에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잘못되었거나 아직 때를 만나지 못했다고 혼자 애써 위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연 내가 전업 작가로 살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그래도 9년 넘게 글을 쓰면서 얻은 것도 많다. 16권의 종이책과 20권 이상의 전자책을 출간하면서 나름대로 글쓰기/책쓰기 노하우도 얻었다.
분명히 예전보다 글을 수월하게 쓸 수 있다. 사람 마음이 오락가락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전업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 탈출이란 의미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죽기 전에 꼭 한 번 전업 작가로 살아보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은 직장에 매여 있지만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자신만의 근사한 인생을 위해 탈출을 꿈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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