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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pr 10. 2024

자신 올챙이 적 시절을 잊지 말자

본업을 하면서 자주 찾아가는 커뮤니티가 있다. 같은 업종에 모인 사람이 만든 커뮤니티다 보니 업무적으로 모를 때 도움을 많이 받곤 한다. 꼭 업무만이 아니라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다 보니 이런저런 인생 고민도 올리면서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는 따뜻한 공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이곳에 이제 이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원이 업무적인 고민으로 글을 올렸다. 부푼 꿈을 안고 입사했는데, 매일 도면 출력하고 자르고 접는 일의 반복이다 보니 공장에 온 느낌이 든다는 글로 시작했다. 사수가 시키는 도면만 그리고, 출력하면서 매일 야근하고 내 시간도 없어서 심각하게 다른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고민 중이라는 넋두리 형식의 글이다.        


나도 읽으면서 신입 사원 시절이 떠올랐다. 사실 나는 다른 일을 하려다가 취업이 되지 않아 다시 전공을 살리다 보니 본업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캐드, 엑셀, 파워포인트, 한글 등 기본적인 프로그램도 잘 다루지 못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졸업하자마자 작은 설계회사에 취업했다.      


나도 위에 쓴 글쓴이처럼 매일 사수가 시키는 도면과 보고서에 들어가는 삽도를 그렸다.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아서 하루가 멀다하고 혼이 났다. 너 같은 직원과 같이 일 못하겠다고 사수가 매일 뭐라 하니 견딜 수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 들어간 직장인데, 잘 몰라도 물어보고 다시 그려서 가져갔다. 시간이 지나자 사수가 조금씩 인정해 주면서 업무에 적응했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이 일을 20년째 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하는 본업이 쉽지 않다. 어느 직업이나 힘들지 않은 일은 없지만, 발주처와 지자체 공무원의 요구를 들어주고 조율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위에 글을 올린 그 친구에게 연차가 올라가면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으니 조금만 참고 견디라고 댓글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미리 쓴 다른 사람의 댓글을 보고 멈추게 되었다. 그 댓글은 다음과 같다.      


“그런 마인드로 일을 하면 어디 다른 데 가서도 일 못해요. 신입 사원이면 당연히 그 일도 할 수 있는 거지.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은 거야?”     


몇 번을 읽어보았다. 일 좀 더했다고 유세 부리는 건가? 꼰대가 따로 없었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한다.’ 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분명히 이 댓글을 쓴 사람도 자신의 주니어 시절이 있었을 텐데, 이제 좀 일을 하게 되니 그때 시절은 아예 잊은 것은 아닌가? 아무리 온라인상 얼굴을 보지 않고 익명의 공간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것이 맞지 않을까?   

  

얼굴을 찌푸리게 되었다. 뭐가 그리 잘났는지. 아마 내 부하 직원이 그랬다고 하면 한 마디 했을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고 연습하고 또 반복하면서 몸에 맞아간다. 다들 그렇게 취업하고 업무를 시작했는데, 왜 자꾸 그것을 망각하는지 모르겠다. 힘들고 어렵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배로서 응당 도와주고 끌어 주는 일이 도리가 아닐까?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도 처음 글을 쓸 때 많이 헤맸다. 글쓰기 사부님 이은대 작가의 강의도 듣고 글쓰기 관련 책도 많이 읽으면서 적용했다. 그렇게 9년 넘게 글을 쓰다 보니 이제 조금 익숙해진 편이다. 그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이제 막 글을 쓰고 싶거나 시작하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글쓰기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조금 쓰게 되었다고 어깨를 으쓱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뻔하다.      


성공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 생각하지 못하고 우쭐대거나 꼰대짓을 한다면 그것만큼 창피한 일은 없다. 나도 그런 적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본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그런 경험이 있었다면 자신의 첫 시절을 떠올려보자. 누구에게나 올챙이적 시절은 한 번씩은 겪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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