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AI 전자책 쓰기에 참여했던 한 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조카가 작가를 인터뷰하고 싶은데 찾아봐도 주변에 작가가 별로 없어 부탁했다고 한다. 수업에 참여해서 전자책을 낼 수 있게 도와주었을 뿐인데, 그래도 작가로 생각해서 찾아주시니 감사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어렵게 말을 꺼내서 더 죄송하기도 했다.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수락했다.
다시 질문지를 보내주었다. 재미있는 질문도 몇 개 눈에 띄었다. 그중 한 질문이 오늘 쓰려고 하는 제목이다. “글쓰기도 자격증이 필요한가요?” 아마도 어린 학생의 눈에는 글쓰기도 하나의 전문자격이라 여긴 듯하다. 당연히 글을 쓰는 일도 뭔가 기술이 필요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질문은 읽고 나서 바로 답했는데, 이 질문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글을 쓰고 있지만, 과연 글쓰기에 필요한 자격이 무엇일까? 에 대해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보통 글을 쓴다고 한다면 대학에서 국문과, 문예창작학과 등이 떠오른다. 나조차도 처음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루트를 거쳐야 할지 몰랐을 때, 전문대 문예창작학과를 다시 나와야 하는지 알았다.
하지만 찾아보니 굳이 소설이나 시 등 문학적인 글을 쓰지 않는다면 문예창작학과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확인했다. 내 주변에 책을 출간하거나 SNS에 글을 포스팅하는 사람들을 보면 공식적으로 인증된 글쓰기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없어도 잘 만 쓰고 출간도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글쓰기는 다른 기술 분야처럼 특화된 것이 아닌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어떤 특정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면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글쓰기도 전문 분야이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기준이 모호하다.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글쓰기를 하고 있다. 자격증이 없어도 자신의 펜을 들고 쓰기 시작하면 그만이다.
나는 도시계획 특급 기술자다. 전공을 살려 20년 넘게 직장생활 중이다. 한곳에 오래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 도시계획 기술자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도시계획기사 자격증이 필요했다. 보통 대학 졸업반 시절 취업을 위해 미리 따는데, 나는 다른 자격증을 준비하느라 취득하지 못했다.
취업했지만,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혼나기도 했다. 도시계획이나 토목 등 전문 기술 분야는 기사 자격증이 필수다.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라서 자격증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더 늦기 전에 따야 할 생각이 문득 든 시점이 2016년 여름이었다. 한 달 동안 강의 듣고 매일 한 장씩 도면 그리기를 연습했다. 그렇게 겨우 60점 넘은 턱걸이 점수로 시험에 합격했다. 일에 필요한 자격증을 돌고 돌아 10년 만에 취득했다.
글쓰기는 공식적인 자격증이 필요 없다. 있다고 한다면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고민하는 작가의 경험과 지식, 노하우가 자격증이 될 수 있다. 나 같은 공대생이 10년 전까지만 해도 글을 쓰지 않았다. 다만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거기에 맞는 구성 방식은 무엇인지? 어떤 에피소드를 넣을지? 독자에게 어떤 유익한 메시지로 마무리할지? 등에 대해 생각을 정리했다. 글쓰기에 필요한 자격증은 글을 썼던 당사자의 경험, 힘든 시절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살아가는 해결책 등이다. 결국 삶에서 부딪혀 이겨내고 견디는 사람이 글을 쓴다면 엄청난 내공이 쌓이고, 그것을 기록하면 당연히 전문가로 우뚝 설 수 있다.
아마 그 대표의 조카는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궁금했을지 모른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실제 내 삶에서 일어난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해서 쓸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글쓰기 자격증’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도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일상에 일어난 일부터 쓰면 된다. 그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면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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