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님은 왜 나한테만 뭐라 하는 거야? 자신이 직접 처리하면 되지. 내 일도 아닌데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
이제 30살이 된 청년은 책상에 앉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표정도 일그러진다. 사무실에 사람이 많지 않았는지, 옆자리 동기가 그의 말을 들어버렸다.
“야! 너는 왜 맨날 차장님이 시키면 불평불만이냐? 다른 사람이 시키면 가만히 있다가, 차장님이 시킬 때만 그러니 이상해.”
“사실 그렇잖아. 아는 지식은 없으면서 자꾸 아는 척하고, 본인이 직접 하면 되는데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자꾸 전가하는지 모르겠어.”
“너 그렇게 말하면 안 돼. 그래도 너보다 이 직업에서 경력도 되고, 나이도 많은데. 네가 많이 배워야지.”
“아! 몰라. 네가 좀 하면 되겠네.”
30살 청년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동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한숨을 내쉰다. 아마도 두 사람의 대화에 나오는 차장은 상사로 짐작할 수 있다. 30살 청년은 그 상사를 무시하고 있다. 차장이 시킨 업무에 대해 부당하고 느낀다. 자신이 해야 할 일도 아니다. 상사를 무시하는 이유가 동료는 궁금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유는 황당했다. 그저 자신보다 좋은 학교를 나오지도 않았다는 이유 하나였다.
부끄럽지만 30살 청년은 나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차장은 지금은 한 중소기업의 대표가 되어 10년 넘게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타인을 내가 정한 잣대를 가지고 마음대로 평가하고 재단했다. 참으로 좋지 않은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나보다 강해 보이면 비굴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 반대라면 무시하거나 조롱했다. 참으로 좋지 않은 인간의 행태를 보인 셈이다.
그렇게 30대 초반을 보냈는데, 당연히 인생이 잘 풀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를 평가하는 타인의 시선이 두려웠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눈치를 많이 봤다. 특히 회사업무시 심했다. 도면 하나 그리고 출력하고 나서 상사에게 가져갈 때까지 손을 덜덜 떨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뭐라 하면서 혼날지 두려웠다. 성향상 누가 칭찬하면 더 잘했지만, 한 번 크게 당하면 주눅이 들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타인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쓴 글을 남들이 보고 뭐라고 평가할지 두려웠다. 블로그에 처음 글을 올릴 때 수없이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다 쓰고 나서도 포스팅 발행 버튼을 누르는 것이 겁이 났다. 사실 글을 쓰고 싶은데 쓰지 못하는 많은 사람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타인에게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기가 부끄럽고 창피한 것이다. 타인의 평가가 자신을 옥죌 것 같은 생각이 들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반대로 이런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이 쓴 글에는 엄청난 잣대를 들이댄다. 이것도 글이냐 하면서. 쇼펜하우어의 이야기처럼 자신의 결점은 보지 못하고 남들의 결점에만 관심이 많다.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성과를 낸 사람을 보면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또 그 자신도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았다.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정한 목표대로 방향대로 정도를 걸었다. 기간이 오래 걸려도 누가 뭐라 해도 상관하지 않았다. 나 또한 여전히 되지도 않는 글 그만 쓰라는 소수의 타인이 남아있다. 이젠 그들의 비아냥이나 평가는 듣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나 자신을 믿고 계속 쓴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지만, 타인의 평가가 두려워 여전히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가?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타인이 하는 것에 아직도 간섭하고 있는가? 타인이 나보다 못하다고 평가하고 무시하는가? 이젠 멈추자. 더 이상 타인의 인생에 관여하지 말고, 나부터 잘하자.
“아무리 뭐라고 해도 타인을 바꿀 수 없다. 결국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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