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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n 23. 2024

글을 쓰면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

지난 토요일 오전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있는 도중 오랜만에 지인과 통화했다. 몇 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사업을 하겠다고 호기롭게 나간 사람이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된 술집을 개업했다. 아주 잘 나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능력이 있어 몇 년 동안 가게를 잘 꾸린 것처럼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고 안부를 물었다. 사업은 여전히 잘 되고 있냐고.      


워낙에 밝은 성격의 그도 이번에는 목소리에 힘이 없어 보였다. 계속 안 좋아서 다른 업종 변경도 생각하고 있다고. 그는 나에게 책을 한번 써보고 싶다고 물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업 방법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면서 컨설팅으로 돈도 벌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전화로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추후 다시 만나서 논의하자고 통화를 마쳤다. 또 한 명의 작가가 생길 수 있다는 마음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안 그래도 요새 좋은 일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글 쓰는 삶을 전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10년째 글을 쓰고 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어떤 형태로든 쓴다. 새로운 책 원고를 쓸 때도 있다. 블로그나 브런치 등에 한 개의 글을 써서 올리기도 한다. 회사 일로 정말 바쁘거나 몸이 아플 때도 다이어리에 2~3줄이라도 그날의 감정, 해야 할 일 등을 적는다. 이제는 기록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다. 잠들기 전 쓰지 못했다는 생각이 나면 다시 일어나서 썼다. 그 정도로 글쓰기에 몰입했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 편 정도의 글은 쓰려고 노력한다.      


글을 쓰면 우선 즐겁다. 재미있다. 물론 매일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억지로 썼다면 지금까지 쓰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분야든지 시작해서 지속하기 위해서는 즐겨야 한다. 즐기지 못하면 계속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적어도 글쓰기만큼 나에게 있어서 이젠 즐거움의 대상을 넘어 일상이 되었다. 다시 한 번 누군가가 나에게 글을 쓰면 무엇이 즐거운지 한번 정리해 본다.      


첫째, 성취의 즐거움이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수집한다. 그것을 어떻게 엮을지 고민하고 초고를 쓴다. 분량을 채우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그렇게 한 편의 글을 끝까지 쓰고 나면 뭔가 모를 희열감이 느껴진다. 또 매일 한 편의 글을 완성하다 보니 작은 성취감을 느꼈다.      


둘째, 존재 가치를 느끼게 된다. 내가 작가라는 존재가 되었다는 즐거움이다. 그전까지 어디 00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했다. 글을 쓰면서 내 존재 가치가 더 추가된 느낌이다. 가끔 카페에서 글을 쓰기도 하는데, 누가 내가 글을 쓰는 모습을 보면 존재감이 더 확실해졌다.      

셋째, 쌓여가는 즐거움이다. 한 편의 글이 시간이 지나면서 수 천 개의 글이 되었다. 지금 쓰는 이 글도 완성이 되면 또 하나가 추가된다. 그것이 모여 10권이 넘은 종이책까지 출간했다. 앞으로도 계속 축척될 내 글을 생각하면 즐겁다. 앞으로 다양한 장르로 더 쌓아가고 싶다.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다.      


넷째, 인생을 알아가는 즐거움이다. 글을 쓰기 전까지 단편적인 세상에서 살았다. 그저 내가 일하고 있는 본업의 지식, 회사 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인간관계 등 제한적인 인생을 살았다. 나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글을 쓰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면서 진짜 인생을 배웠다. 지금도 쓰면서 배워가는 중이다. 죽을 때까지 써야 마지막 인생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알지 않을까?     


다섯째, 집중하는 즐거움이다. 나도 그렇게 집중력이나 몰입력이 좋지 않다. 책을 읽다가도 10분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글을 쓸 때 만큼 집중이 잘 되었다. 카페에서 몇 시간을 앉아서 계속 몰입해서 쓴 경험도 있다. 글쓰기를 통해 집중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이것 말고도 더 많은 즐거움이 있다. 물론 그 즐거움만큼 괴로움은 더 크다. 특히 글이 써지지 않는 날은 정말 고역이다. 주제를 찾았지만, 어떤 경험, 사례 등을 넣어서 구성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기도 한다. 자료까지 찾았지만, 초고를 작성하다가 멈춘 날도 많다. 생각만큼 분량이 채워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쓰고 있다는 행위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멈출 생각은 없다. 글을 쓰고 싶다면 그 자체로 즐길 준비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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