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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n 25. 2024

글을 쓰다가 자꾸 산으로 간다면

작년 가을 어느 주말 근처 불암산에 올랐다. 오랜만에 하는 등산이었다. 점심 먹고 천천히 올라갔다. 늘 가던 길로 향했다. 중턱에서 힘이 들어 잠시 벤치에 앉아 쉬었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곧 정상이 보인다. 왼쪽 무릎 연골이 좋지 않아 꽤 오랫동안 등산도 하지 못했는데, 몇 년 동안 치료받으니 500m 이상 산행도 가능하게 되었다.     


정상에서 잠시 바람을 맞으면서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공기도 시원했다. 올라갈 때 힘들지만, 정상에 다 왔을 때의 쾌감은 짜릿하다. 무슨 일이든 하는 과정은 힘이 들 때도 있다.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든 상관없이 끝나게 되면 후련하다. 오던 길로 내려가지 않고, 다른 길로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표지판만 보고 가면 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비를 걸치고 서둘러 내려갔다. 한참 잘 내려가고 있는데, 저 멀리 보니 길이 끊겼다. 비가 많이 오다 보니 흙이 내려와 원래 있던 산길이 유실된 것이다. 큰일이다. 빨리 내려가야 하는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혼자 몇 분 정도 고민하고 있는데, 뒤에 내려오던 산악회 무리를 만났다. 그들은 당황하지 않고 유실된 길을 복구하기 시작했다. 작업이 끝나자 다시 내려간다. 저 무리를 쫓아가면 길을 잃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꽁무니만 쫓아갔더니 무사히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가끔 글을 쓸 때도 방향을 잃어버린다. 산으로 간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쓰다보니 내가 의도한 글과 다르게 써지는 것이다. 서론에서 이렇게 출발해서 본론에는 근거나 경험을 바탕으로 결론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가야 하는데, 각각 내용이 따로 노는 것도 하나의 예시라고 볼 수 있다. 또는 하나의 주제 아래 전혀 다른 여러 개의 근거 등을 써서 결론 자체가 아예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도 글을 쓰다가 산으로 가게 되면 잠시 멈춘다. 다시 읽어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 지우고 새로 쓴다. 글을 쓸 때 글을 잃지 않고 방향성 있게 쓰는 방법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첫째, 한 개의 주제는 한 가지 이야기만 쓰자. 

글쓰기 책이나 강의에서 한 번쯤 꼭 듣는 이야기다. 한 가지 주제를 찾았다면 그 주제에 맞는 경험을 쓰고 메시지로 끝내면 된다. 장황하게 쓰지 말고 꼭 필요한 내용만 쓰는 것이다. 이것저것 쓰고 싶은 게 많다고 다 쓰지 말자.      


둘째, 집필 전 어떻게 쓸지 미리 고민하자. 

무작정 생각나는 대로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쓰게 되면 100% 길을 잃거나 내용이 산으로 간다. 주제를 찾고 자료수집이 끝났다면,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어떤 템플릿을 사용할지, 어떤 에피소드와 경험을 넣을지, 메시지는 적정한지 등을 고민하고 미리 한 줄로 써보자. 이렇게 준비 단계를 거치면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방향성이 명확해진다.     


셋째, 결론부터 먼저 쓴다.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 줄로 정리해서 결론부터 쓴다. 아니면 두괄식으로 먼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꺼내도 좋다. 이렇게 결론부터 쓰고 앞에서 쓰기 시작하면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넷째, 그 주제에 맞는 구성방식(템플릿)을 사용하자.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구성 방식이다. 개요를 잘 짜면 된다. 그 개요를 짤 때 이용하는 것이 여러 개의 구성 방식, 즉 템플릿이다. 글쓰기 책이나 강의를 보면 여러 구성방식이 나온다. 각각에 맞는 템플릿을 골라서 사용하면 글의 방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위 4가지 방법을 활용하면 글을 쓸 때 길을 잃어버리지 않다고 자부한다. 4가지 방법 중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두 번째다. 무조건 생각나는 대로 쓰지 말고, 차근차근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미리 생각하고 한 줄로 메모하자. 그리고 그 한 줄을 구체적으로 살을 붙여 길게 쓴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글을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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