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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n 29. 2024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시간을 낭비했던 것인가

슬램덩크 정대만을 회상하면서 

https://youtu.be/wvIfqsj2P_0?si=SB_sA86sTmwEzuEy

한 사내가 깡패 무리를 데리고 와서 체육관 안에서 난동을 피고 있다. 자신에게 시비를 걸었던 두 선수를 찾아온 것이다. 그는 키가 180cm이 넘고 장발 머리를 하고 있다. 170cm이 되지 않는 한 남자에게 복수하겠다고 소리친다. 결국 두 남자는 주먹다짐까지 가게 된다. 다른 무리가 또 다른 남자와 싸운다.      


작은 싸움은 패싸움으로 번진다. 그 패싸움을 막기 위해 구경하던 다른 선수까지 나서게 된다. 소동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뚱뚱한 노인이 등장하면서 마무리된다. 장발 남자가 그 노인을 보더니 눈물을 터뜨린다.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소리친다. “농구가 다시 하고 싶어요.”     


지나가는 단역 깡패1로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서사가 있는 주연급으로 도약한 전무후무한 캐릭터, 바로 <슬램덩크>의 “정대만”이다. 위 장면도 만화 <슬램덩크> 수많은 명장면 중에서도 손에 꼽는 명장면이다. 아마도 정대만이 흐느끼는 장면을 보고 같이 찡함을 느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올해 힘든 시간을 보내는 시기에 다시 한번 <슬램덩크>를 정주행하고 있다. 정대만의 시점 위주로 보고 있다. 중학교 시절 학교 농구부를 이끄는 에이스 선수로 타고난 돌파와 정확한 3점슛이 일품이었다. 북산고로 진학 후에도 센터 채치수와 함께 팀을 이끌었지만,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팀을 떠나게 된다.      


그 뒤 문제아들과 어울리면서 방황한다. 좋아하는 농구를 못하게 되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농구를 포기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농구를 그리워했던 사람이다. 2년 만의 공백을 깨고 다시 농구를 시작하는 정대만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다시 농구부로 돌아온 정대만의 활약에 북산고는 날개를 달기 시작한다. 공백기가 있다 보니 전 후반을 모두 뛰는 체력이 부족했다.      


결국 한 시합에서 교체당하게 되고, 콜라 캔 뚜껑조차 딸 손가락 힘이 없다. 인상을 찌푸리면서 한 마디 던진다. “쳇, 왜 나는 그렇게 헛된 시간을 보냈을까?”      

이 장면을 보고 잠시 눈을 감았다. 나도 이런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순간이 많다. 인생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도망가기 바빴다. 잊기 위해서 술을 마시고 취해 그대로 집에 와서 잔 적도 많다.      


다음날 늦게까지 숙취로 인해 일하지 못하고 멍하게 시간을 보냈다. 무엇을 이루겠다고 또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목표를 정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고, 대충 하거나 나중에 해야지 하면서 미루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대만의 대사처럼 왜 그렇게 나는 헛된 시간을 보냈는지 후회가 되었다.      


4월 말 당했던 사기 사건 이후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이 많아졌다. 오랜 사색 끝에 한 가지는 명확하게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고. 그 무엇을 하더라도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제대로 하자고.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어느덧 마흔 후반의 나이가 되었다. 매 순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반대로 어이없게 낭비한 시간도 많았다. 그렇게 아깝게 보낸 시간을 다시 보상받으려면 앞으로 하루하루 좀 더 값지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년간의 공백을 딛고 정대만은 최강 산왕고등학교와 시합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북산고를 승리로 이끄는 주역 중 한 명이 된다. 중학교 시절 에이스 모습을 되찾았다.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누구보다 다시 열심히 연습했다. 후회가 깊은 만큼 진심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것은 아닐까? 시련을 딛고 극복해 나가는 정대만의 스토리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아마도 감정 이입이 되지 않았을까?      

“그래, 난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이 대사를 끝으로 책을 덮었다. 그래. 나도 포기는 배추를 세는 용도로만 기억하고자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제까지 살지 모르겠지만, 그 사는 동안만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지금 시간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근사한 인생을 만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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