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 또 한 편의 한국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나는 아직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파묘>라는 제목의 영화다. 한국형 오컬트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 영화에 우리나라 최고 연기파 배우로 손꼽히는 배우 최민식이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나온다. 사실 최민식은 2003년 <올드보이>라는 영화로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났다. 이후로 어떤 영화마다 캐릭터에 맞게 몰입하는 연기로 관객을 환호하게 만든다.
얼마 전 유튜브로 그가 나온 토크쇼를 보게 되었다. 개그맨 이경규, 김제동과 배우 한혜진이 진행했던 <힐링캠프>에 최민식이 나온 것이다. 깍듯하게 이경규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알고 보니 같은 대학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다. 선배였던 이경규가 신입생 최민식을 살갑게 잘 챙긴 듯하다. 이제 대배우가 된 후배를 지켜보면서 개그계 대부는 미소를 지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한혜진이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선배님은 연기를 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요?”
“요새 후배를 보면 진짜 연기를 하는 건지, 아니면 이제 좀 떴다고 대충 하는 것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을 때가 많아요. 나는 지금도 작품 하나 들어갈 때마다 긴장이 되거든요.”
“경력이 벌써 20년이 넘었는데도 긴장하신다고 하니 제가 더 놀라네요.”
“경력이 많다고 연기를 잘하는 게 아니죠. 경력이 적어도 스스로 이 두 개의 질문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다면 저는 인정할 수 있어요.”
“그 질문이 무엇인가요?”
최민식이 말한 두 개의 질문은 이것이다. ‘내가 이 작품을 어떻게 대하는가?’, ‘솔직하게 연기를 하고 있는가?’ 이 두 개의 질문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내 작품이 관객에게 내 연기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또 나를 믿고 투자한 사람에게 이 작품이 잘되어야 하는 사명이 따르다 보니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절실하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품이 망하면 거기에 따른 스태프나 제작자의 생계도 달려 있기에 주연 배우에게 늘 부담이다. 그 부담까지 책임으로 이겨내야 하기에 연기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최민식은 이런 배우의 숙명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결국 관객을 속이지 않기 위해 두 번째 질문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그 캐릭터에 맞게 솔직하게 연기를 하고 있는가? 억지로 하기 싫은데 연기 하게 되면 얼굴에 다 드러난다고 이야기했다. 그 모습이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된다. 관객은 그런 거짓 연기를 보면 다시는 그 배우를 보지 않게 된다. 나도 모르게 영상에 집중하게 되었다. 최민식이 이야기하는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칠 수 없었다.
그 질문을 글쓰기와 연결했다. ‘내가 이 글을 어떻게 대하고, 솔직하게 쓰고 있는가?’ 의 질문으로 바꿀 수 있었다. ‘내가 쓰고자 하는 이 글을 독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대충 써서 끝낼 수 없다. 진심으로 솔직하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모두 다 쏟아부어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가?’로 좀 더 풀어서 쓸 수 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저런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내 인생이 지치고 힘들다 보니 경험과 거기서 느낀 감정만 솔직하게 썼다. 그저 나를 돌아보고 내 마음과 감정이 편안해지길 바라면서 썼다. 그렇게 쓴 글을 SNS에 올리니 읽는 이웃들이 같이 공감하고 위로했다. 이제 좀 더 글쓰기가 익숙해지자 위에서 언급한 질문으로 좀 더 독자에게 도움이나 위로를 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전제는 역시 진심으로 독자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현재 하는 일에 당신은 진심을 다하고 있는가? 오늘만 대충 넘기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최민식 배우가 타 배우들을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작품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자신의 연기에 솔직하게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 하든 자신이 하는 일에 거짓 없이 진심으로 대한다면 그 결과는 잘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하는 일이 하찮다고 여기지 말자. 그 일에 진정성 있게 대하고, 솔직하게 최선을 다하자. 그 방법이 결국 당신의 인생을 더 근사하게 만들어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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