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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l 09. 2024

언젠간 한 번쯤 피는 시기는 온다

몇 년 전 코로나가 대유행하던 시절이 있다. 사람과의 접촉 자체가 금지되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저녁에도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텔레비전 시청률이 올라갔다. 그 틈을 타 한 새로운 프로그램이 소위 대박이 났다. 바로 <미스터트롯>이 그것이다.      


그 전 했던 <미스트롯>이 잘 되자 남자 트롯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었다. 역시 여심을 흔드는 것은 남자다. <미스터트롯> 마지막 무명에 가까운 7명 가수가 입상하자마자 스타가 되었다.      


대상을 거머쥔 임영웅은 그야말로 조용필과 아이유를 능가하는 대한민국의 최고 스타가 되었다. 2등 했던 영탁도 마찬가지다. 임영웅의 무명 시절은 많은 매체에서 거론했다. 그런데 영탁이 의외로 오랫동안 무명 생활을 했던 내용은 잘 모른다. 영탁도 오랜 기간 무명가수로 지냈다.      

안동에서 태어난 영탁은 방송인을 꿈꿨다. 청주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우연히 나간 한 가요제에서 임재범의 <비상>으로 대상을 타게 되었다. 노래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가수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 22살에 서울로 올라와서 가수가 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여러 프로그램에 도전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결국 다른 일을 병행해야 했다. 택배 물류 아르바이트, 대학교 실용음악과 시간 강사 등을 하면서 2016년까지 7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드라마 OST나 방송에 간간이 나오긴 했지만 뜨지 못했다. 중간 계약에 해지되는 일도 발생했다.      


10년이 지나도 결과가 없자 영탁은 가수를 포기하려고 했다. 아무리 해도 자신은 가수의 소질이 없다고 확신하지 못했다. 그를 잘 아는 지인과 가족이 힘들어하는 영탁을 위로하고 응원했다. 너의 노래 실력은 출중한데, 아직 대중이 그것을 모르는 것 같다고. 조금만 더 해보자고 다그쳤다. 더 노력하면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영탁은 결국 2016년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고, 2019년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자작곡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15년 만에 정상에 오르고, <미스터트롯> 출연 후 수퍼스타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노래를 알아주는 팬과 지인, 가족이 있었기에 긴 오랜 무명 생활을 버틸 수 있다고 회고했다.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노래 실력을 갈고 닦으면서 한번 왔던 기회를 잘 놓치지 않았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노래하는 가수가 되겠다고   

   

10년째 글을 쓰고 있다. 영탁처럼 처음부터 재능이 있던 것도 아니다. 5줄 이상 쓰지 못했다. 그냥 삶이 힘들어서 내 감정을 쏟아붓고 싶었다. 나처럼 살지 말라고 타인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런 것을 글감으로 삼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타인을 돕는 글을 쓰고 싶었다. 작가의 꿈을 키웠다. 열심히 배우고 쓴 결과 10권이 넘는 종이책을 출간했다. 전자책도 썼다.      


매일 조금씩 썼다. 한 권씩 낼 때마다 이번 책은 잘 되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다. 물론 전작보다 조금씩 나아졌지만, 크게 히트 쳤던 책은 없다. 아직 내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나보다 늦게 시작해서 자리 잡은 작가를 보면 부럽기도 했다. 나는 언제 저렇게 되어볼까? 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10년이 넘어가니 사실 그만 쓸까? 라는 생각도 한 적 있다. 주변에서 그만 쓰라고 말한 적도 많다. 하지만 나는 멈출 생각은 없다.      


꽃 중에 동백꽃이 있다. 사계절을 견디고 한 겨울에 피는 꽃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늦게 피는 꽃이다. 온갖 비바람을 맞고 더위에 견디면서 꽃봉오리 하나 없이 모든 계절을 보내다가 겨울이 되면 홀로 핀다. 아직 나도 나만의 동백꽃이 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한 번쯤 멋지게 피는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내 인생은 왜 이리 궁상맞고 안 풀린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이 현재 하는 그 일을 묵묵히 견디다 보면 반드시 당신만의 동백꽃이 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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