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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즐길 수 있을까?

by 황상열

“해버지” 라고 불리우는 사람이 있다. 해버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요새 줄임말이 유행인데, “해외 축구의 아버지”의 줄인 말이라고 한다. 그럼 해외 축구 아버지는 누구일까? 찾아보니 우리나라 축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바로 박지성 선수의 별명이다. 은퇴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손흥민 정도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축구계의 슈퍼스타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평발이었지만, 피나는 노력과 여러 은사의 도움으로 그는 2002년 국가대표팀으로 월드컵 4강에 올랐다. 그 후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했다. 그 당시 맨유는 세계 최고의 팀이었다. 그런 팀에 주전으로 7년 동안 뛰면서 수많은 우승 커리어를 쌓았다. 선수 생활 내내 무릎 부상으로 고생했던 그는 34살의 이른 나이에 현역에서 은퇴했다.


은퇴 후 행정가로 살고 있는 박지성 선수가 한 유튜브 영상에 나왔다. 진행자가 그에게 질문했다. “형의 인생이나 축구를 좀 더 즐겼으면 어땠을까? 좀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서.”


“흠. 프로 선수가 국가 대표로 뛸 때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았어. 저 선수가 더 잘하는 것 같고. 결국 내가 그 선수를 이기지 못하면 더 나은 선수가 될 수가 없어서 그런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매 경기마다 선발로 나가기 위해서는 다른 선수와 경쟁을 해야 하는데, 경쟁을 즐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아. 내가 즐길 수 있었던 순간은 축구를 할 때, 또 골을 넣었을 때야. 힘든 훈련을 하는 데 즐길 수 없어.”

“무엇이 되었든 즐기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겠네요.”

“그래야 참을 수 있지. 너무 힘들어서 정말 하기 싫다고 해도 목표가 있어서 어떻게든 참고 그냥 하는 거지. 즐길 수가 없어. 그러나 축구는 재미있었고,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냥 계속 했어. 힘들어도. 국가대표가 되려면 남들보다 더 잘하는 게 하나는 있어야 하잖아.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했지.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아.”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면서 나도 생각했다. 나도 과연 내 인생을 즐기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렇지 못했다. 나는 박지성 선수의 대답에 약간 공감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다른 직원보다 일은 조금이라도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당연히 즐길 수 없었다. 타인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피가 마른다. 어떻게든 이겨야 하니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더 즐길 수 없었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대학 전공부터 나는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에 맞추어 전공을 선택했다. 도시공학을 전공했지만, 정확히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 입학할 때까지도 몰랐다. 참 무지했다. 사실 내가 대학에 들어갈 시점에 학과 개념이 아니라 학과 몇 개를 합친 학부로 이름이 바뀐 상태였다.


내가 들어간 학부는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였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지구과학 과목을 좋아했는데, 이 학부가 그런 공부를 하는 곳인 줄 알고 지원했다.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에 갔는데, 토목공학과 도시공학과가 합쳐진 과였다. 아뿔싸! 20살이 되었는데도 나는 그때까지 하고 싶은 것조차 찾지 못했다. 수업은 재미있었지만, 사회에 나와 일을 하면서는 즐거움조차 느낄 수 없었다. 당연히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니까 스트레스만 쌓였다. 그것을 풀기 위해 술 마시고 노는 날의 악순환이었다. 당연히 인생 자체를 즐길 수 없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타인에게 지식과 경험을 알려주는 강의할 때 인생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더 나은 작가와 강사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당연히 글을 쓰거나 강의 준비는 힘들다. 그 자체가 재미있지 않지만, 목표가 있기에 계속 하고 있다. 박지성 선수가 축구 자체를 좋아하면서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하기 싫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냥 했던 것처럼.


인생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다만 한 번뿐인 인생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목표를 정해 힘들어도 끝까지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 성과를 이루었을 때 잠깐 즐기기 위해서. 나도 위대한 작가라고 느낄 수 있는 그 찰나를 위해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쓴다.

박지성 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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