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출근길 한 유튜브 영상을 봤다.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프로그램이다. 세계사 중 유명한 한 사건이나 인물을 일주일 1회로 소개한다. 내가 본 영상의 주제는 멕시코의 유명한 서양화가 “프리다 칼로” 의 생애였다. 몇 년 전 재미있게 봤던 셀마 헤이엑 주연 “프리다”의 실존 인물이기도 하다.
프리다 칼로는 1907년 멕시코 코요아칸에서 독일 이민자이자 사진가 아버지와 스페인 원주민 출신 어머니 사이 셋째 딸로 태어났다. 여섯 살 시절 소아마비에 걸리고, 오른쪽 다리와 발에 손상을 입어 절뚝거리게 되었다. 하지만 프리다는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활력이 넘치는 소녀였다. 복싱이나 축구 등 스포츠를 즐기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앞으로 전도유망한 인생이 기대되었지만, 18세가 된 프리다에게 엄청난 역경이 찾아오게 된다. 1925년 9월 17일 그녀는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와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탔던 버스가 다른 차와 충돌했다. 그 사고로 그녀는 척추, 쇄골, 갈비뼈가 골절되었다. 골반이 부서졌다. 오른쪽 다리와 발에 부상을 입게 된다.
금속 난간이 복부와 자궁을 찔러서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인해 그녀는 몇 달 동안 끔찍한 고통을 겪으면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 사고 후유증으로 평생 합병증과 만성 통증을 겪게 된다. 이제 성인이 되어 비상하는 일만 남았는데, 그녀의 날개가 부러진 것이다.
프리다는 자신의 고통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앉아서 그리지 못했던 그녀에게 어머니는 누워서 그릴 수 있는 특별한 이젤을 선물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 고통을 조금씩 이겨냈다.
마흔 후반의 나이로 죽기 전까지 30회가 넘는 수술받았다. 사고 후유증으로 척추, 발과 관련된 합병증이 심했다. 휠체어나 목발이 없으면 평소 이동이 어려웠다. 날개가 부러진 채로 살았지만, 그녀는 다시 날개를 펼쳤다. 계속해서 많은 그림을 그렸다. 그녀에게 그림은 처절한 자신의 고통을 회복하기 위한 탈출구였다. 아파서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그림을 그렸다.
프리다의 그림에서 자신의 고통과 괴로움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다른 관점에서 사고당하기 전의 활발한 자신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타인이 보기에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던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불굴의 의지로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켰다. 사후 그녀의 작품은 많은 여성에게 영향력을 끼쳤다.
프리다 칼로만큼 아니지만 나도 날개가 부러진 적이 많다. 고3 시절 입시를 망쳐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던 기억, 대학 졸업반에도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모조리 탈락한 아픔, 사회 생활 시작하고 나서도 내 의지 부족, 임금 체불 등의 외부 요인으로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면서 떠돌았던 기억, 해고와 희망퇴직 등을 겪으면서 우울증과 공황 장애 등으로 고생했던 추억, 첫 책을 내기 위해 수백군데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모두 퇴짜맞았던 기억 등 너무나 많은 날개가 부러지다 못해 찢어졌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방법을 찾았다.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순간 겪었던 고통과 감정을 글로 옮겼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까지 아니지만 내 글에는 나의 고통과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나처럼 이렇게 하지 말라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오늘도 날개가 부러진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이렇게 또 한 편의 글을 쓰고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에 한 번쯤 인생에서 날개가 부러진 경험을 하게 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범하고 아무 일도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떤 형태로든 나쁜 경험은 나타난다. 일찍 정상에 올랐다가 망하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 한두 번 실패했다고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사람 등 그 모습은 다양하다.
날개가 부러졌다고 한숨 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오늘도 힘들지만 분투하며 도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인생이 더욱 값지다. 죽을 때까지 아무래도 날고 또 추락하고 반복될 것이다. 지금 힘든 그대여! 날개가 부러지더라도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자. 근사한 비행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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