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의 한 획을 그은 나영석 PD와 같은 사단에 있는 30대 중반의 PD가 교통사고로 삶을 마감했다. 늦은 야근을 마치고 12시가 넘어 택시를 타고 귀가 중에 사고가 났다. 열심히 일하고 집에 가는 중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의 심정은 까맣게 타고도 남았다. 4달 뒤 아이가 태어난다고 했는데, 아빠의 얼굴을 보지 못한 아기가 너무 안타까웠다.
분명 그 PD도 지금 하는 자신 일에 몰두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된다. 자신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밤늦게까지 편집에 집중했다. 맡은바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런데 왜 이런 성실한 사람이 그런 사고를 당하다니. 인생이 다시 한번 허망하다는 것을 느꼈다. 당장 10분 뒤 일도 모르는 게 사람이다. 야근으로 피곤하다 보니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을 것이다. 노곤한 몸을 택시 안에 기대어 가다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그 소식을 접했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망각하고 지낸다.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나도 남은 인생이 많이 남았다고 여긴다. 그렇다 보니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도 많다.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위 뉴스를 접하고 ‘나도 내일 당장 인생을 마감할 수 있겠구나.’라고 깨닫게 되었다.
장기간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세부 계획을 세워서 매일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 정말 열심히 그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 그러다 지치기도 한다. 너무 달리다가 아주 심한 번 아웃에 시달리기도 한다. 자신이 건강하게 80살까지 천수를 누린다고 생각하면서 살기 때문에 하고 싶고 되고 싶고 갖고 싶은 것도 많다. 욕심을 부린다. 욕심을 넘어 자신의 욕망을 끊임없이 채우기 위해서다.
나도 그랬다. 인생이 영원할 것 같았다. 하고 싶고 되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다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싶어서 매일 계획을 세워 달성할 때까지 노력했다. 그러다가 약 10년 전 뇌수막염으로 쓰러졌다. 내 생애 처음으로 10일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그전까지 아파도 회사 업무가 먼저라고 생각하여 아픈 몸을 이끌고 나가 마무리하곤 했다. 하지만 그게 기우였다. 그렇게 처리하다가 머리가 너무 아프고 열이 심하게 나서 결국 탈이 났다.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처음에는 잠시 쉰다고 좋아했지만, 불안했다. 회사에 밀린 일이 너무 많았다. 여기서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더 머리가 아팠다. 정작 돌보야 할 내 몸은 관심 밖이다. 병원에서까지 회사 일로 신경 쓰고 있는 나 자신이 가끔 한심해 보였다. 이렇게 아픈데 혹사 논란을 일으켜서 오히려 만나는 상사마다 죄송하다고 전달했다.
입원한 후 5일이 지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오랜만에 가끔 오는 업무 연락 외에 온전하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뇌수막염은 딱히 치료법은 없지만, 수액 맞고 푹 쉬면 낫는다고 전달받았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생각만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등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퇴원도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 이미 몸은 회사에 갔다. 온전하게 치료에 집중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인데, 자꾸 일 생각만 하니 나도 답답했다. 자꾸 다음날 다음 주 복귀하면 해야 할 업무만 너무 신경 썼다. 이것도 다 챙기려는 나의 욕심이었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대부분 사람은 미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외치면서 무조건 ‘자신이 되고 싶고 하고 싶고 갖고 싶은 좋은 것’을 생각한다. 이 목표를 빨리 이루기 위해서는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보다 오늘 하루 얼마나 충실하게 임했는지 따져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요새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보냈는지 자기 전에 한번 피드백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 친절하고 배려있게 행동했는가? 오늘 감사했던 사람이나 일이 있었는가? 아무리 좋지 않은 일이 많더라도 한 개쯤 내가 즐거운 일은 없었나? 등 자신에게 질문한다. 하나라도 있으면 오늘 하루 충실하게 보낸 나에게 칭찬과 보상을 아끼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너무 열심히 살지 말고, 오늘 하루 충실하게 보냈는지 한번 체크하자.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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