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가 나와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부부 사이나 아이와의 관계 등에 문제가 있을 때 그 상황을 보고 거기에 알맞은 해결책을 준다.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하다 보니 해결책을 들을 때마다 공감이 가는 경우가 많았다.
잠깐 유튜브 영상과 기사로 접했지만, 최근에 나왔던 어머니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고민은 아들이 자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료 화면을 보니 아들이 어머니와 인연을 끊는 게 당연해 보였다. 자폐아 첫째 아이만 챙기다 보니 둘째 아들은 방치했다.
따돌림을 받아 상처받은 아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그는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그나마 그를 위로해서 애써 참으면서 지내는 것 같았다. 그래도 둘째 아들은 기댈 곳이 없었다. 오은영 박사는 어머니에게 정신차리라고 일갈했다.
이혼 직전의 부부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이혼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라는 취지였다. 이번에 본 부부는 정말 심각했다. 결혼 전에 빚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남편에게 아내는 사기 결혼이라고 소리쳤다. 아내가 같이 몇 년 동안 벌어서 빚을 청산했다.
하지만 응어리가 너무 깊게 남아서 아내는 술을 마실 때마다 남편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삼았다. 참지 못한 남편도 같이 폭행했다. 몇 십차례 경찰이 오고 갔다는 인터뷰에 한 번 놀랐다. 이것보다 더 충격이었던 것은 부부가 싸우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부부가 싸우는 모습이 당연하다는 듯이 아이는 무표정하다. 패널은 이 모습을 보고 부부를 나무랐다. 아이를 방치하고 서로 네 탓 하면서 싸우는 부부가 과연 부모의 자격이 있냐고 소리쳤다. 내가 봐도 이제 5살 정도 되어 보이는데, 아이는 쉴 곳이 없었다.
아이의 쉴 곳은 부모인데 말이다. 그 장면을 보고 내가 오히려 고개가 절로 숙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아이가 있는 곳에서 소리치고 했는데, 참으로 어리석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커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나도 내 아이를 방치하게 했던 순간이 많았다. 아내에게 매번 혼난다. 할 말이 없다. 내가 그러고 나면 아이는 쉴 장소가 없다.
요새 특히 분노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빈익빈 부익부 사회가 심해지고 있다 보니 각자 가슴 속에는 상처가 가득하다. 뭔가 풀지 못한 응어리가 많다. 계층 간의 갈등도 점점 악화일로다. 툭하면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심하면 때리고 죽이기까지 한다.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큰일이 터진다.
자꾸 좋지 않은 일이 생기거나 누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디라도 기댈 수 없으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점점 지금의 현실이 그렇게 삭막하게 변해가고 있다. 이럴 때 자신만의 쉼터가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떤 쉼터가 있는지 한 번 살펴보자.
첫째, 자신만의 안전한 물리적 공간이다. 집에 있는 조용한 방이나 나무가 우거진 산속, 저멀리 보이는 바닷가 등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그곳이 쉼터가 될 수 있다. 이 곳에 와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휴식하면서 재충전하면 된다.
둘째, 커뮤니티 공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족, 친구, 지인 또는 취미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일종의 피난처가 될 수 있다. 이런 곳에서 사람과의 교류가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셋째, 개인적인 활동이다. 나는 독서와 글쓰기가 쉼터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정신적으로 안정이 된다. 그림 그리기, 음악 감상, 영화 보기 등 혼자 있는 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나 창작 활동을 하면 좋은 쉼터가 된다.
위 3가지가 다시 당신을 살게 할 수 있는 좋은 쉼터가 될 수 있다. 요새 많이 힘들거나 지쳤다면 자신을 살게 하는 쉼터를 하나 찾아보자. 없다면 이번 기회에 만들어 보자. 그 쉼터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근사한 인생을 더 빨리 만나게 해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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