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이전까지만 해도 성격이 급하고 욱하는 성질이 강했다. 뭔가 나에게 부당한 일이 생기면 참지 못했다. 일을 하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뭔가 따지는 경향이 강했다. 거꾸로 내가 하는 본업 특성상 을의 입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갑에게 항상 맞춰야 하는 생활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았다. 뭔가 가슴속 맺힌 게 많았다.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유일한 도구가 술이었다.
일주일에 5일 이상 사람을 만나 술을 마셨다. 그냥 퇴근하고 집에 가기 싫었다. 정말 몸이 피곤하거나 아플 때만 바로 귀가했다. 그날 받은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떻게든 친구, 지인, 동료 등 아는 사람에게 모두 전화를 돌려 약속을 잡았다. 만나는 사람 앞에서 징징대는 것이 일상이었다. 한두 번 듣기 괜찮지만, 그 이상 반복되자 사람들이 내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다.
징징대면 다행이지만, 감정이 격해져 소리를 지르거나 시비를 걸기도 했다. 부끄럽지만 당연히 사람들이 나와의 만남을 별로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문제로 관계가 끊어진 적도 부지기수였다. 처음에는 쉽게 친해지지만, 나의 이런 단점으로 인해 관계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관계가 끊어질 때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라는 말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 성격, 본성 등의 근본적인 측면이 깊이 뿌리 박혀 있어 쉽게 바꾸기 어렵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타고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부모의 양육 방법, 자신이 겪은 삶의 경험에 의해 생성되는 각 개인의 핵심 특성이 그 사람을 결정한다. 결국 정해진 틀이 있어서 결국 그 사람이 가진 성향을 바꿀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곰곰이 생각했다. 정말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어려운 존재인가?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고쳐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쳐 쓰지 못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성향이 원래 정해졌기 때문에, 아무리 자신이 노력한다 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다. 성향이 잘 바뀌지 않는 것은 이해한다. 다만,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다. 웬만하면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자신의 장점을 키운다.
위에서 한번 언급했던 대로 나는 가지고 태어난 성향 자체가 욱하거나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그런 점을 나 스스로 메타인지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여러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진짜 인생 공부에 돌입했다. 정점을 찍어준 도구가 글쓰기다. 글을 쓰면서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떨어진 자존감과 자신감을 되찾았다. 조금씩 달라진 점을 느꼈지만, 여전히 욱하고 짜증 내는 버릇은 여전했다. 술을 마시는 횟수를 줄였지만, 한 번 마시면 폭음했다. 다음날 엄청난 숙취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심해졌다. 다시 예민해지다 보니 사람들에게 감정조절을 하지 못했다. 여러 사람에게 여전히 달라진 점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그런 소리를 들으니 부끄러웠다.
작년 연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실직, 이직, 사기 등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바꿔 보겠다고 말만 하고 노력하지 않았던 내 탓이었다.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다. 진짜 사람이 바뀌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거나 자신의 의지로 절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내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있다. 말만 주도적으로 살자고 했다. 행동은 질질 끌려다녔다. 이제라도 나 자신을 제대로 고쳐보기 위해 결정했다. 더 이상 술은 마시지 않기로. 꼭 필요한 자리가 아니면 이제 온전하게 나와 가족을 위한 시간을 보내겠다고. 계속 미루던 사업이나 투자도 그냥 바로 실행하기로.
나는 사람은 고쳐 쓸 수 있다고 믿는다. 우선 나부터 고쳐쓰기 위해 매일 독서와 운동, 짧은 명상 하고 있다. 감정과 마음공부를 통해 좀 더 다른 나를 만나는 중이다. 더 이상 타인에게도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라고 이야기도 하지 말자.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자신을 고쳐 가면서 살아간다. 고쳐 가면서 사는 인생 자체가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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