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Oct 06. 2024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10월 초가 되니 갑자기 추워졌다. 이제 사계절이 아니라 긴 여름과 긴 겨울, 중간에 짧은 봄과 가을이 존재하는 날씨가 되었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3일 동안 영월로 캠핑을 다녀왔다. 회사 일과 글쓰기, 모임 참여 등 바쁘다고 가족과 온전하게 시간을 보낸 적이 많지 않았다. 그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꿈을 이룬다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에 소홀했다.     


차에 캠핑 장비를 싣는 자체부터 어색하다. 아내와 중학교 2학년이 된 첫째 아이는 캠핑을 많이 다녀봐서 그런지 어떻게 짐을 정리하는지도 능숙하다. 나는 그저 두 사람이 시키는 대로 짐을 나르고 옮겼다. 편하게 쉬게 해주고 싶어서 운전이라도 내가 끝까지 했다. 3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영월은 비가 많이 오고 있었다. 이렇게 비 오는 날에도 캠핑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기우였다. 우비를 입고 텐트를 치는 사람이 많았다.      


영월 시내에 들러 우비 등 포함 몇 가지 도구를 샀다. 우비를 입고 역시 텐트를 치는 데 능숙한 아내와 첫째 아이를 도왔다. 둘째와 막내는 차에서 놀고 있다. 비를 맞으면서 일하는 경험은 군대 이후로 처음이었다. 얼마나 나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았는지 텐트 치는 두 사람을 보면서 미안했다. 30분 정도 지나자 뚝딱 텐트가 설치되었다. 차에서 가지고 온 캠핑용품을 텐트 안으로 날랐다. 가지런히 정리하고 나니 벌써 저녁이다.      

저녁 먹고 나서 테이블에 온 가족이 앉았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데, 아무도 눈치 못했지만 혼자 울컥했다. 아이들이 한눈에 보이는데, 참 많이 컸다. 시간이 그만큼 지난 것이다. 어린 시절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했지만, 지금 보니 그렇지 못했다. 인정한다. 나를 위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올해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아내와 아이에게 미안했다. 그들을 위해 산다고 하며 돈만 벌어다 주면 다른 것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내와 많이 싸웠던 이유도 아빠의 자리, 남편의 자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데, 알면서도 지키지 못한 내 불찰이었다. 3일 동안 캠핑도 하고, 주변 관광지도 보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두 번째 날 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찌 보면 그 순간이 행복이라고 느꼈다. 사랑하는 가족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일이 어찌 보면 가장 큰 행복인데, 자꾸 밖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했다.      


20대 후반부터 32살 결혼 전까지 회사 열심히 다니고 남는 시간은 노느라 바빴다. 그렇게 사는 것이 이 당시 하지 않으면 영영 못할 것 같았다. 후회는 하지 않지만, 술 마시고 취했던 시간을 다른 것으로 대체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결혼 후도 여전히 나는 가족보다 일과 사람에 더 집중했다. 이것이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별을 보다가 졸려서 먼저 텐트에 들어와 누웠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생겼다. 그것을 오늘 한번 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마흔 중반까지도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힘들었다. 알고 있지만 실천이 되지 않았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미련을 두었다. 오지 않은 미래가 두렵고 불안했다. 머릿속이 복잡하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내려놓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신경 쓰고, 하지 못하는 일은 내버려 두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문제가 풀어지기도 했다.      


둘째, 행복의 가치는 멀리 찾지 않는다. 예전에는 돈을 많이 벌어 가지고 싶은 물건을 꼭 가지거나 하고 싶은 꿈을 현실로 이룬다면 행복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 순간을 희생하고 있었다. 현재가 힘들다면 아무리 나중에 행복해진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실이 힘들어도 행복은 늘 일상에서 시선만 바꾸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      


다른 것도 많지만, 나는 이 두 가지를 가장 잘 알게 되었다. 이 두 가지를 깨닫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인생은 유한하다.”라는 것. 영원하지 않다 보니 남은 자신의 인생을 좋은 것들로 가득 채워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면서 살자. 그것이 근사한 인생이다. 

#시간이지나서야알게되는것들 #시간 #중년 #단순 #유한 #소모품 #관계 #결국혼자남는다 #인생 #글쓰기 #인생 #닥치고책쓰기 #닥치고글쓰기 #황무지라이팅스쿨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매거진의 이전글 마흔 이후 끌려다니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한 3가지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