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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13. 2024

헤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대학 시절 한 남자 후배와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원래 밝은 성격인데, 그날따라 유독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크게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 당시 시점은 둘 다 군대 제대하고 복학한 시점이다.      


후배는 같은 전공은 아니고, 동아리에서 알게 된 다른 과 1년 아래 학번이다. 그와 나는 내가 1학년 마치고 동아리를 그만두었지만, 인연은 쭉 이어왔다. 그는 동아리에서 같이 들어온 여자 동기와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집도 같은 방향이다 보니 모임에서 자주 보고 같이 들어가다가 눈이 맞았다. 외모도 선남선녀다 보니 동아리에서도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가 1학년 마치고 군대에 가게 되었다. 아무래도 여자 동기가 자신이 제대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부담이 되었다. 입대 한 달을 남기고 그는 그녀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거기까지 들었을 때 좀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싫다고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보니 한 번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후배는 안심하고 입대했다. 제대할 때까지 여자 동기도 잘 기다렸다. 2년이 넘는 시간을 잘 견디고 제대했다. 그는 2년 넘게 자신을 기다려준 여자 동기가 고마웠다. 이제부터 자신이 잘 챙겨주기로 결심했다. 여자 동기에게 챙겨줄 선물을 사서 만나기로 한 날, 여자 동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 전날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다. 후배는 마지막 통화 한 내용이 이틀 전이라고 했다. 이틀 전 몸이 아파서 잔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아픈 줄 알아서 선물을 들고 그녀의 집 앞에 갔다. 하지만 그 선물을 주지 못하고, 후배는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나에게 전화 걸어 술 한잔하자고 했다.    

 

자신이 여자 동기 집에 갔더니 한 남자가 같이 있었다. 너무 놀라 누구냐고 했더니 이 여자 남자친구라고 하더라. 후배가 자신이 이 여자의 남자친구인데 무슨 소리냐고 하자, 그 남자는 동거한 지 2년 되었다고 한다. 그 때 방에서 여자동기가 나왔는데, 후배를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후배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자, 잠시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녀는 후배가 군대에 있을 때 우연히 클럽에서 한 남자를 알게 되었고, 그와 하룻밤을 보낸 후 동거까지 하게 되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후배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럼 자신이 입대 전 이별하고 만나지 왜 지금까지 자신을 속였냐고 따졌더니 헤어지는 자체가 너무 두려워서 그랬다고 변명했다.      


거기까지 듣자 나는 당장 지금 전화해서 헤어지라고 했다. 너를 기만한 정도가 아니다. 당연히 그녀가 너만 보고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뒤로 딴짓하고 있다고 하니 용서가 되지 않는다고. 이별을 하려면 깔끔하게 해야지 그게 두려워서 양다리를 걸쳤냐고. 후배도 배신감에 용서가 되지 않는지 몸서리를 쳤다. 술자리를 가지고 며칠 후 후배는 그녀와 완전히 이별했다고 연락왔다.      


이별이 두려웠다면 처음부터 사귀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면 철저하게 혼자 살던가. 사람은 혼자 지낼 수 있지만, 결국 더불어 살아야 하는 존재다. 비단 연인뿐 아니라, 친구나 지인 등과의 관계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틀어지거나 헤어지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자. 이별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신이 혼자 남겨질 것 같거나 이별 후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외로움과 정서적 고통을 견디기 힘들다 보니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     

 

이별을 두려워하지 말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첫째,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신에 어떤 사람과 맞는지 안 맞는지 등 배우고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이별은 좀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셋째, 이별도 인생의 한 부분이란 것을 배운다. 이별이 두렵지 않으면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관계를 정리할 때도 수월하다. 고통은 있지만 이별도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알게 된다.      


관계에서 이별은 늘 어렵고 두렵다. 그래도 잘 헤어질 수 있다면 좀 더 근사한 나를 만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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