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우정은 영원할 거야!”
오늘도 술을 한 잔씩 따르고 부딪히며 건배사를 외친다. 술이 한 잔씩 늘어날 때마다 우정은 깨지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다. 새벽까지 여러 술집을 돌면서 계속 우리의 만남은 죽을 때까지 이어간다고 반복한다. 마지막으로 학교 앞 선배나 동기 자취방에서 술자리가 끝난다. 모두 취하고 잠이 들 때까지 우정을 외친다.
중고등학교 시절이 시작되는 사춘기 시절부터 부모보단 친구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친한 무리가 생기면서 그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같이 성적을 고민하고, 매점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한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 싸움 잘하는 동기들 등 각자 공통점을 가지고 모임이 형성된다.
20대 성인이 되면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대학에 들어가면 각과 별로 전국 여러 각지에서 모인 친구를 만난다. 기존 중고등학교 동창 무리에 대학 동기들까지 일주일이 여러 모임으로 바쁘다. 물론 많은 사람과의 만남을 싫어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 새로 만난 인연과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나도 그랬다. 대학 오리엔테이션 시절부터 입학식 이후 매일 선배와 동기들과 즐겁게 놀았다. 수업을 땡땡이쳐서 당구장에 갔다. 거하게 한 게임 하고 나서 술집으로 향한다. 없는 돈 다 모아서 안주와 술을 시켜서 왁자지껄 떠든다. 밤이 늦었지만,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람 만나는 것을 워낙에 좋아했던 터라 매일 만 원 용돈을 쪼개서 어떻게든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자체가 나에게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 복학생이 되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동안 펑크냈던 성적을 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4학년 대학 졸업반이 되면 친하게 지냈던 동기나 후배, 선배들도 각자의 조건에 따라 인연이 바뀐다. 대학원에 간 친구들 따로 모인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간 친구들끼리 만나게 된다. 나는 엔지니어링 분야로 취업하게 되자 같은 분야에서 일하게 된 동기, 선배와 더 친하게 되었다.
30대 초반까지 그래도 조건은 따지지 않고 자주 동기들끼리 뭉쳤다. 각자 사회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풀고 사는 이야기도 나누면서 인연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혼이란 큰 관문을 통과하자 미혼과 기혼이라는 타이틀로 인연이 나뉜다. 이야기의 공통점이 달라지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던 친구들이 만나게 된다.
예전 친구들과 자주 보지 못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경제적인 이유다. 자격지심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각자 가진 자산에 따라 사람을 만나게 된다. 부유한 친구들끼리 또는 비슷한 재산을 가진 친구들끼리 보게 된다. 각자 조건이 달라지고 나이가 들면서 사소한 문제로 관계가 갈라질 수 있다.
나도 30대 후반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맞지 않는 인연과 서서히 연락 횟수를 줄였다. 만나면 쓸데없는 이야기만 나누고 부정적인 에너지만 가득했다. 사실 내가 그런 경향이 강하다 보니 다른 친구들에게 괜히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나부터 변하자는 차원에서 필요한 소수의 인원만 남기고 관계를 정리했다.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다가 스트레스도 심했다. 조금씩 관계가 정리되자 마음이 편해졌다.
중년이 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쓸데없는 인연과 시간 보내는 것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나 공부에 더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판단했다. 어느 인간관계 프로그램에서 ‘시절 인연’이라 말이 나왔다. 인연은 시절마다 다르다는 뜻이다. 공감했다. 사춘기 시절에는 동네라는 좁은 공간에서 서로 의지하고 친하게 지냈다. 나이가 들면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며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중에서 마음 맞는 사람과 어떤 한 시절을 짧게 또는 길게 인연을 가져간다.
관계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나를 잃어버린다. 친구가 없다고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당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집중하면 된다. 각 시절에 만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설사 헤어져도 너무 슬퍼하지 말자. 시간이 지나도 만날 사람은 다시 만난다. 최선을 다했지만, 다시 볼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면 거기까지가 그 사람과의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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