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 사이트에서 내 사주팔자를 검색했다. 음양오행 중 물 수(水)가 70% 이상 넘치다 보니 생각이 많단다. 물은 계속 흐른다. 가만히 있어도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잡념이 계속 떠오른다. 멈추려고 노력하지만, 아직도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까지 생각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이미 일이 잘못될 것 같아서 너무 고통스럽다.
어린 시절부터 유독 심했다. 내일 시험이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망친 것 같았다. 마음이 불안하다. 책을 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침대에 누웠다. 피곤한데, 고민이 앞서다 보니 잠이 오지 않는다. 악순환이다. 고통스러웠다. 밤을 지새우고 시간만 보냈다. 당연히 공부하지 않았고, 자지도 못했으니 시험을 망치게 되었다.
운전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시동도 켜지 않았는데, 운전하다가 시동키가 꺼질까 봐 걱정한다. 그것이 현실로 드러난다. 계속 그 이미지를 상상했나 보다. 보다 못한 강사가 운전하지 말라고 다그친다. 더욱 위축된 나는 바로 집으로 도망갔다. 며칠 동안 운전학원에 나오지 못했다.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사회생활을 지금 하는 작은 엔지니어링회사 도시계획부에서 시작했다. 다른 동기에 비해 실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당연했다. 다른 분야로 나가기 위해 전공 공부를 등한시했다. 매일 일 못한다고 상사에게 혼났다. 주눅이 들었다. 삽도 하나 완성하는데, 오래 걸려서 애먹었다. 고통스러웠다.
어떻게든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부모님과 여러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해결책을 찾아나갔다. 그 결과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그 고통을 마주하고, 맞서야 한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두려움을 똑바로 봐야 한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고통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결과를 떠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반대로 생각했다. 아직 시험을 본 게 아니다. 남은 시간이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공부하면 좀 더 나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고통스럽지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마주했다. 열심히 공부했더니 오히려 이전보다 점수가 좋아졌다.
운전도 마찬가지다. 이제 운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자격이니 어떻게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운전 중에 시동이 꺼져도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그 당시 물론 운전대만 잡으면 손을 벌벌 떨었다. 하지만 그 고통을 깨고, 천천히 한 단계씩 배워나갔다. 지금은 차만 있으면 전국 어디든지 운전해서 갈 수 있다. 벌써 운전한 지 20년이 넘었다.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일에 대해 실수하고 욕먹기 싫었다. 미친 듯이 고통스러웠지만, 열심히 상사에게 물어보고 혼자 연습하면서 일을 배워나갔다. 부족한 부분은 책이나 영상을 통해 공부했다. 그 노력이 통했는지 1년이 지나자 누구 못지않게 일을 잘하게 되었다. 고통을 피하지 않고, 마주한 결과였다.
현재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하루에 한 개의 글을 매일 똑같은 분량으로 채운다는 일은 쉽지 않다. 오늘은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떤 구성이나 에피소드로 엮어야 할지, 결론 부분에 어떤 메시지를 줄지 등까지 고려해야 한다.
글을 쓰는 고통도 상당하다. 하지만 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라고 외치는 내가 고통스럽더라도 매일 쓰는 이유다, 글쓰기 고통도 제대로 내가 만나서 느껴봐야 진짜 글이 나올 수 있다. 나탈리 골드버그가 말한 것처럼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조언과 딱 맞다.
오늘도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괴로웠다. 가뜩 오늘 업무로 힘이 빠졌다. 그래도 어떻게든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고통스럽지만 어떤 글이라도 쓰면 마법이 일어난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은 그 사건, 상황, 사람 등을 바라볼 때 색안경 끼고 보지 않으면 된다. 지금 힘들면 힘들다고 표출해야 한다. 그 표출을 글로 옮기면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의 일상이 좀 복잡하다면 지금 자신의 상황을 글로 써보자.
이 글 말미까지 왔는데 아직도 고통스러운가? 쇼펜하우어는 “원래 인생은 고통스럽다.” 고 했다.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방법이 없다. 마주하고 끝까지 가보는 것밖에 답이 없어 보인다. 거기서 의미만 찾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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