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00이 재수해서 명문 S대학 갔다더라. 너도 재수하면 좋은 대학 갈 수 있어.”
“싫어요. 저는 1년 더 한다고 잘된다는 보장이 없어서 그냥 점수에 맞추어 갈게요.”
1996년 연말 아버지와 나의 대립은 계속되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본 시험을 망쳤다. 직전 모의고사까지 소위 명문대라 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점수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본 시험에서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가장 어려운 난이도라고 소문난 1997년도 수학능력시험이었다. 400점 만점에 4년제 대학 커트라인이 165점이었다.
아버지는 재수해서 좋은 대학을 간 사촌 형을 계속 이야기하며, 너도 한 번 더 하면 무조건 명문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설득하는 중이다. 지금도 인내심이 부족하지만, 그 시절은 똑같은 공부를 1년 더 하기가 싫었다. 어느 대학이든 들어가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고3 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그런데 자꾸 아버지는 사촌 형과 비교하면서 나를 몰아붙였다. 사실 학창 시절에는 내가 사촌 형보다 성적이 더 좋았기 때문에, 아마 은연중에 비교당했을지 모른다. 비교하는 자체가 싫었다. 나는 사촌 형과 사이도 좋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와 사이가 멀어졌다. 난 아버지에게 왜 그런 것까지 비교하면서 나에게 재수하라고 강요하냐고 따졌다. 아버지에게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는데, 갈등을 빚었다. 결국 나는 재수 하지 않고, 점수에 맞추어 진학했다.
주변에서 한 번 더 재수했으면 좀 더 좋은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고 물어보는데, 후회하지 않는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관계에서도 누군가와 비교하는 순간 멀어지고 망치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글을 쓰기 시작했던 2015~2016년 사이 작가의 꿈을 꾸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같은 꿈을 꾸도 있어서 처음부터 친해졌다. 글쓰기와 독서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이 피었다. 이렇게 공통된 관심사가 있으면 보통 관계가 오래 지속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그 안에서도 비교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어떻게든 초고를 빨리 완성해서 책을 출간하고 싶었다. 매일 조금씩 원고를 썼다. 그렇게 원고를 두 달 안에 완성했다. 투고도 순조롭게 이루어져 빨리 출판사를 만나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끝냈다. 대부분 동료 작가나 지인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가장 가깝게 지낸다고 여겼던 몇몇 사람은 아예 연락이 없었다. 처음에는 일상이나 업무가 바빠서 축하를 못할 수 있겠다 여겼다.
하지만 출간 계약 소식 이후로 연락이 없었다. 내가 연락해도 받지 않았다. 추후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계약하니까 좋아요? 나는 아직도 원고 1/3도 못 썼는데. 같이 끝내자고 해놓고 먼저 그렇게 앞서나가면 누가 기분이 좋겠어요? 어이가 없네.” 라는 내용과 함께. 내가 더 어이가 없었다.
내 입으로 같이 원고를 끝내자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냥 같은 시기에 내면 어떻겠냐? 라는 말을 저렇게 해석하다니 황당했다. 내 추측으로 나와 비교하여 자신이 원고를 늦게 쓰기 시작하자 심술이 나지 않았을까 한다. 그 문자 내용을 지웠다. 답장도 하지 않았다.
관계에서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특히 자신보다 잘난 사람과 비교하면 시기와 질투가 먼저 시작된다. 그 사람의 성과나 성공에 대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많이 이야기한다. 자신과 비슷하게 시작했는데, 더 잘되는 모습을 보면 분노가 생긴다. 이런 감정이 지속되면 자격지심이 생긴다. 열등감 덩어리가 되어버린다. 이제 그 사람을 보기가 싫어진다. 만나더라도 불편하다.
비교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타인과 비교하는 행동부터 멈추어야 한다. 비교는 자신의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다. 타인이 잘되면 나는 왜 저렇게 되지 못하지? 라고 여기지 말고, 진심으로 축하하자.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원래 관계가 나이가 들면 재산 수준에 따라 멀어지기도 한다.
SNS가 발달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남과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비교하는 순간 관계는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타인과 관계를 지속하자. 서로의 진심만 통하면 더 이상 비교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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