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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22. 2024

인맥은 내가 잘되면 알아서 만들어진다


도시계획 엔지니어로 일한 지도 벌써 20년 차다.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래도 내가 그나마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물론 중간에 같은 분야지만 다른 직군에서 근무하기도 했지만, 올해 다시 이직한 회사는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분야와 같다.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왔다.      

30대 초반 다니던 네 번째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팀장이 되었다. 직급은 과장이지만, 상사가 다 그만두는 바람에 빨리 팀장 역할을 하게 되었다. 사장님 바로 밑에 직급이었다. 어떻게 보면 과장이지만, 행동은 이사처럼 일을 했다. 다른 회사 미팅할 때 임원과 직접 접촉할 수 있었다. 그만큼 권한과 책임이 막중했다.      


다른 협력업체는 나를 통해서야 같이 일을 할 수 있었다. 도시계획 분야는 환경, 교통, 재해 등 타 분야와 같이 협력하는 일이 잦다. 우리가 수행하는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고 싶은 업체가 많았다. 그 당시 타 회사에 비해 일이 많다 보니 하루에 나에게 부탁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들 중 한 업체를 고르기 위해 일주일에 1~2회 정도 만났다.      


그들은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나에게 잘 보이려고 기를 썼다. 좋은 식당에 데려가 거기서 제일 맛있는 술과 음식을 시켰다. 같이 하면 잘할 수 있다고 어필했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같이 일하자고 말했다. 그렇게 여러 업체 임원을 알게 되었다. 그들과 같이 여러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인맥이 갑자기 많아졌다. 1년 동안 그들과 일주일에 2~3회 정도 만나서 술 먹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가 여러 외부 영향으로 건설 경기가 좋지 않게 되었다. 그 여파로 새로운 수주가 급감했다. 기존에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이미 기성금을 많이 받은 상태라 일이 끝나야 수금이 가능했다. 회사에 일이 줄어들다 보니 협력업체 임원들도 연락이 줄었다. 내가 먼저 전화해서 만나자고 해도 이리저리 핑계 대기 일쑤였다.      


회사 사정도 급격하게 나빠졌다.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사장님 다음으로 돈을 많이 받았던 내가 해고 1순위가 되었다. 사실 팀장처럼 행동했지만, 월급은 과장 직급에 맞게 받았다. 이쪽 업계가 건설 분야에서도 월급이 많지 않다. 대기업의 60~70% 수준이다. 많지 않던 월급까지 못 받게 되자 가계 경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결국 새로운 일을 따기 위해서 고군분투했지만, 내가 검토를 잘못하는 바람에 실패하자 해고당했다. 백수가 되니 거짓말처럼 그 많던 인맥의 연락이 끊겼다. 그래도 한두 명이라도 연락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철저하게 나는 혼자가 되었다.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작가가 되자 새로운 인맥이 만들어졌다. 같은 꿈을 가지고 있다 보니 금방 친해졌다. 쓰고자 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글쓰기라는 공통분모로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 이쪽 분야도 많은 사람을 알아 놓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하루가 멀다하고 많은 모임에 쫓아다녔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면서 나름 작가와 강사 인맥도 많이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내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자 하나둘씩 연락을 끊었다. 지금은 이쪽 작가와 강사 모임에도 만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인맥을 만들고 싶어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전부 상대방의 이익에 따라 관계가 결정되었다.      


인맥을 많이 만들면 사업이나 업무가 잘 풀리는 것은 사실이다. 주변 사업을 하는 지인, 기업에서 이미 이사 이상 임원으로 근무하는 친구를 보면 인맥이 상당하다. 업무보다 그 인맥을 관리하는 시간이 더 많다. 하지만 매번 나를 만날 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다 부질없다고 고백한다. 공감한다. 그들도 회사의 어떤 직급으로 인맥을 만들 뿐이다. 자신이 아닌 회사의 도움이 되기 위해.      


인맥을 기를 쓰고 만들지 않아도 된다. 살아보니 자신이 노력해서 어떤 성과를 이루고, 꾸준하게 유지만 한다면 다시 인맥을 모여든다. 잘되면 사람이 모인다. 망하면 사람이 떠난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나도 내가 잘하는 분야에 몰입해서 성과가 나자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 한 개만 찾아 그것만 파고들면 전문가가 된다. 그것이 콘텐츠다. 자신만의 킬러 콘텐츠 하나만 있어도 인맥은 저절로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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