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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26. 2024

혼자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채팅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사람들이 직접 모일 수 없다 보니 온라인 공간에서 많은 모임과 강의가 진행되었다. 화상 강의가 대세가 되고,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온라인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 서서히 올 줄 알았지만, 전염병이 그 속도를 앞당겨 버렸다.      


나도 그 당시 우연한 기회가 되어 글쓰기 강의를 온라인으로 하게 되었다. 사람이 많지 않던 채팅방이 강의하면서 많은 사람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니 반가웠다. 서로 다양한 사람이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채팅방 분위기도 활기가 넘쳤다. 아침 인사를 시작해서 좋은 문구 공유, 서로 간의 안부를 물었다. 자신의 일상 사진도 공개했다.      


나도 다른 많은 채팅방에 가입했다. 그렇게 2년 정도 많은 사람과 채팅방에서 소통하다가 유독 한 채팅방에서 내가 이야기하면 조용해졌다. 내가 하는 말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내가 조용하면 그들끼리 시끄럽게 채팅을 시작한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눈치가 없는 나도 몇 번 보다 보니 나를 철저하게 투명 인간 취급한 것이다. 몇 번 참다가 한 사람이 아직도 안 나갔냐는 식의 이야기를 남겼다. 거기서 갑자기 감정이 폭발한 나는 두 번 고민하지 않고 채팅방을 나왔다.      


작년 연말 모임에서 만난 후배가 잠깐 고민 상담차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웃으면서 인사했지만, 후배 표정이 어두웠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니 회사를 나오고 싶다고 고백한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근무하는 팀 안에서 자신만 남자고, 상사나 동료가 다 여자라서 힘들다고 했다. 사회생활이 원래 다 그런 거 아니냐 하면서 나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후배가 갑자기 화를 냈다. 선배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태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냐고. 당황한 나는 차근차근 그에게 흥분하지 말고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후배는 중간관리자다. 위로는 여자 상사가 있다. 아래는 여자 대리와 사원이 같은 팀이다. 여자 상사는 후배와 잘 맞았다고 한다. 일하는 스타일, 사적인 친밀감 등도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잘 유지가 되었다.      


여자 신입사원이 들어오면서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후배가 여자 신입직원에게 일을 시키면 바로 위 여자 대리에게 달려가 너무 어려운 것만 시킨다고 일러바쳤다. 또 후배가 신입직원에게 시킨 일에 대한 피드백으로 말하면 바로 울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본 여자 대리가 여자 상사에게 후배와 같이 일 못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여자들끼리 뭉쳐 다니면서 후배를 철저히 무시했다. 인사도 받지 않고, 식사나 회식 자리도 부르지 않았다고 하니 후배가 스트레스가 심했을 거라 짐작이 되었다.      

그렇게 반년을 보내니 사람이 피폐해질 것 같다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나에게 물어본다. 정답은 없지만 나는 얼른 그 회사를 그만두라고 말했다. 좋은 회사라도 매일 보는 사람들과 어느 정도 잘 지내는 일상이 더 좋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아무리 일이 좋아도 관계가 나쁘면 더 이상 그 공간에서 네가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솔직하게 덧붙였다. 얼마 후 후배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형! 나 사표 던지고 나왔는데, 왜 이리 기분이 좋지?”     


오랜 시간 잘 지내온 친구라도 어떤 계기로 관계가 끝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의 회사라도 그 안의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하면 계속 다닐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 사람과 보낸 시간이 아까워서, 어떻게 들어온 회사인데 이런 이유로 그만두지? 등의 이유로 억지로 그 관계를 유지한다.      


어떤 이유로 투명 인간 취급을 받거나 모임에서 소외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지금 내가 왜 이 사람에게 무시나 거부당하는지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이젠 그 관계를 끝내고 혼자가 되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쓸데없는 관계에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자신과 맞는 새로운 관계 만들거나,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부터 고민하자.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상황이 변하면 인간관계도 늘 새롭게 정비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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