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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Nov 03. 2024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 진짜 너는 자꾸 왜 거짓말을 하냐? 진실하지 못해?”

“아니, 그게 아니라고 말했잖아?”

“핑계 대지 말고, 그냥 인정하라고. 아니다. 됐다. 몇 번 이야기하지 않아도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너를 신뢰할 수 없다. 그냥 연락 끊자.”     


약 10년 전 업무 때문에 만나 친하게 된 후배가 있다. 같은 엔지니어링 업종에 있던 사람인데, 서글서글하고 붙임성이 좋았다. 업무적으로 회의하고 몇 번 저녁 식사하다가 친해지게 되었다. 나보다 3살 아래였던 후배는 사적으로 ‘형님’이란 호칭으로 불렀다. 그렇게 잘 지내고 있는데, 사람이 다 좋을 수 없다. 그에게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바로 위 대화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못했다.      


발주처 사무실에서 중요한 미팅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30분씩 늦었다. 발주처에서 한두 번 늦는 일은 이해했지만, 그 이상 넘어가자 참을 수 없었는지 다음 회의부터 참석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후배는 좀 당황했지만,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발주처가 행동하기 전 몇 번 내가 이야기했지만, 그는 지키지 않았다. 당연히 발주처와 그와의 신뢰는 이미 깨진 상태다. 시간 약속도 지키지 않는데, 어떻게 같이 끝까지 프로젝트를 끌고 갈 수 있을까?      


나도 대여섯 번 그런 일이 반복되자 잔소리처럼 그에게 말했다. 아끼는 후배가 고쳤으면 하는 마음도 함께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지각하는 행동에 대해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결국 그와의 관계도 끊게 되었다. 좋은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믿음을 지켜야 하는데, 그 후배는 몇 번의 약속을 깨고 나니 더 이상 믿을 수 없었다. 당연히 관계가 오래 갈 수 없다.      

사실 그 후배뿐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다. 결혼 후 아내와 아이들에게 많은 약속을 했지만, 제대로 지킨 것이 별로 없다. 아내와 가장 많이 싸웠던 이유가 글 쓰고 강의하는 활동이 왜 육아와 가사보다 중요하냐는 문제였다. 내 입장에서 본업에서 버는 돈이 많지 않다 보니 작가와 강사 활동을 하면서 많지 않지만, 가족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다.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돈보다도 아이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활동이 아빠의 역할로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듣고 보니 아이가 어릴 때 책을 읽어주고, 몸으로 놀아주는 시간을 같이 보내야 아빠와 애착 관계도 생기는데, 퇴근 후 매일 글 쓰고 강의한다는 이유로 그렇지 못한 건 사실이다. 아예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배분해서 좋겠다는 아내의 제안에 흔쾌히 약속했다.      


하지만 며칠 가지 못하고, 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한다. 몇 번 그런 일이 반복되자 아마도 아내는 나에 대한 믿음이 많이 떨어졌다. 올해 안 좋은 사건을 많이 거치면서 가족에게 참 많이 미안했다.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글 쓰고 강의했을까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가족과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죄책감도 컸다. 이제는 글 쓰고 강의 활동도 많이 줄이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족과의 관계가 오래 좋게 가기 위해서는 아내와의 약속을 실제로 지키기 위해 많이 보여 주어야 한다.      


내가 살아보니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바로 ‘믿음’과 ‘일관성’이다. 어찌 보면 두 단어는 떨어져서 생각할 수 있지만, 관계에서 긴밀하게 연결된다. 서로 오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한결같은 모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관성이 있어야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굳건해 지고 그 관계가 오래갈 수 있다.      


신뢰를 쌓기 위해 솔직하고 자주 소통해야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게 된다. 후배도 시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어렵다고 미리 귀띔만 해도 관계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활동에 대해서 미리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오래 좋은 관계를 만나는 부부나 연인, 친구 등을 보면 한결같이 솔직하게 소통하면서 서로에게 잘 맞춘다. 물론 한결같이 서로에게 믿음을 주는 모습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신과 맞지 않다고 빨리 관계를 끊는 행동보다 좀 더 소통하면서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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