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하는 회사업무로 미칠 것 같아. 나 어떡하지? 일도 많고, 진행이 잘되지 않아.”
“또 시작이냐?”
“뭐가? 또 시작이냐고 말하는 거야?”
“상열아, 잘 들어봐. 기분 나빠 하지 말고. 너 난 만날 때마다 매번 힘들다는 이야기만 하는 거 알고 있냐?”
“내가 언제? 그냥 나도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너 만나면 그냥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지.”
“야! 그런 이야기도 한두 번 해야지. 매번 들으면 나도 우울해져. 그리고 나도 사는 게 힘든데, 너는 내 이야기는 언제 한번 들어본 적 있어?”
20대 후반 지금 하는 회사 일로 많이 힘들었다. 계속되는 야근, 갑질하는 발주처, 잊을만하면 시작되는 밀리는 월급 등 여러 문제가 나를 괴롭혔다. 그냥 삭히거나 참으면 되는데, 나는 꼭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 스트레스가 좀 풀렸다. 매일 저녁에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해야 감정이 가라앉았다. 사람을 만나면 술이 항상 동반되었다. 술 한 잔에 같이 시름을 날릴 수 있었다.
많은 지인, 친구, 선후배를 만났지만 그래도 편한 사람은 소수다. 자주 만나는 동네 친구가 있었다. 힘들 때마다 그에게 전화하면 약속하지 않아도 늦게 술 한잔 기울였다. 그 친구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러다가 친구도 이젠 나의 힘든 이야기가 듣기 싫었는지 처음으로 정색하고 나에게 충고한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단지 내가 힘들었던 이야기를 그냥 친구가 들어줬으면 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반복되는 나의 힘든 이야기에 지친 것이다.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제는 나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에 빠졌다. 나는 그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사용한 것이다.
글쓰기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 여름에 <닥치고 글쓰기>라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글쓰기가 어렵거나 쓰기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약 2년 넘게 진행하다가 지금은 잠깐 쉬고 있다. 수강생 중 한 명이 글을 쓰다가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강생이 어려우면 도와주는 게 강사의 몫이라 그가 연락할 때마다 최선을 다해 알려주었다.
그런데 하루 24시간 시도 때도 없이 궁금한 게 있거나 글 쓰다 잘되지 않으면 연락했다. 낮에는 회사에서 회의나 외근으로 바쁜데도 그녀는 자신의 글쓰기 스트레스가 제일 우선이니 빨리 해결책을 내놓으라 했다.
잠시 일이 있어서 기다려 달라고 정중하게 답장해도 계속 문자로 먼저 알려달라고 난리쳤다. 아무래도 좀 지나쳐서 퇴근 후 저녁에 전화해서 말했다. 궁금한 것은 한꺼번에 정리해서 주말에 한 번 연락하면 답을 주겠다고. 막무가내였다.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내가 돈 내고 배우는데, 다른 일이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한다. 그것보다 매번 연락할 때마다 감정적인 이야기를 쏟아부었다. 내가 그 수강생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이다.
자신의 주변 사람에게 혹시 편하다고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아니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감정 투기를 당하고 있지 않은가? 단지 그 편한 사람에게 내 감정을 쏟아냄으로써 뭔가 편안함을 느낀다면 당장 그만두자. 또 반대로 누군가가 당신에게 그런 대상으로 생각해서 자꾸 자신이 힘든 이야기를 꺼낸다면 감정이 전염되기 전에 단호하게 대처하자.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자. 첫째,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자. 상대방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양과 사실만 전달하는 것이다. 감정을 실어서 계속 이야기하지 말고, 간단하게 이야기 후 털어버린 정도로 끝내자.
둘째, 문제 해결책을 같이 고민한다. 힘들다고 감정만 쏟아내지 말고, 상대방에게 해결책이 있는지 같이 고민한다. 좀 더 도움이 되는 대화가 오갈 수 있다. 셋째, 반복하지 말고,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한두 번 정도로 힘들다고 끝내자.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도 같이 들어주고 고민하자. 서로 상부상조한다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관계는 서로 균형이 맞아야 가장 중요하다. 진솔한 소통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그 감정을 너무 지나치게 상대방에게 쏟아붓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더 이상 “감정 쓰레기통”에 빠지거나 버리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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