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부터 앞으로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마흔이 넘고 나서부터 직장을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불안했다. 내가 최선을 다해 일해도 여러 여건과 상황,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곳이 직장이다. 정년 보장이 되는 공무원, 공공기관 등을 제외한 사기업은 특출나지 않은 이상 정년까지 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뭐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글을 쓰면서 책을 출간하고, 가끔 강의를 나가는 등 제2의 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추후 1인기업을 운영 방법 등도 익히면서 하나씩 적용했다. 아무래도 혼자 하기가 한계가 있다 보니 그 분야의 고수를 찾기 시작했다.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서 강의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친한 지인을 통해 강의 분야 고수를 만나게 되었다. 그에게 배우고, 추후 같이 일할 기회도 있다고 듣다 보니 솔깃했다. 실제 강의 기법이나 제안하는 방법 등도 배울 수 있다 해서 기대가 많았다.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첫 수업을 듣고 어려웠지만, 혼신 다하는 강사님 덕분에 더 기대가 커졌다. 이 수업을 잘 들으면 앞으로 직업을 바꾸는 일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듯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내가 의도했던 방향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내가 몰랐던 강의 제안 등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끝이 흐지부지되면서 전업 강사로의 데뷔는 물 건너갔다. 원했던 결말은 결국 얻지 못했다.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기관이나 대기업 등 강의는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엄청나게 실망하고, 상처도 컸다.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을 돕고 있다. 그들도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크다. 다년간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한 경험이 많다 보니 어떻게든 책을 출간시켜 줄 거란 믿음이 있다. 나도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 공부하고 방법을 찾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나도 내가 기대한 만큼 수강생들에게 정성을 쏟으면서 어서 글을 쓰기를 기대한다. 내 기대와 달리 쓰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그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쓴소리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내가 한 쓴소리 때문에 속상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이 서로 만나고 인연을 맺는다. 처음 만났을 때는 기대할 게 없다.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을 정보가 없다 보니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본다.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별로 생기지 않는다. 좀 더 알아가게 되면 그 사람의 성향이나 본 모습을 파악하게 된다. 자신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 점점 관계가 발전시킨다.
이제 친해지고 익숙해진 관계가 되면 기대하는 바가 커진다. 호감 있는 남녀가 서로 만나 알아가면서 익숙해진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양보와 배려도 하면서 서로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노력한다. 일단 잘 보여야 하므로 상대방이 기대한 대로 잘 맞추어 준다. 그러나 점점 관계가 가까워지고, 깊어질수록 기대가 커진다. 이제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대로 맞추어야 한다고 서로 주장한다.
보통 여자는 술, 담배 하지 않는 건전한 남자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한다. 연애 초기에는 잘 맞춘다고 노력하지만, 이후 익숙해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이런 패턴이다. 기대에 충족하지 않으면 사람은 실망한다. 그 기대가 계속 무너지면 결국 상처받고, 이별을 생각한다. 몇 번의 상처가 반복되면 관계가 끝난다.
인간관계에 있어 다툼이나 이별이 가장 많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타인에게 기대하다가 실망했다’ 가 상위에 있다. 그만큼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거나 부응하지 못해서 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계를 오래 유지하려면 상대방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 상대방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자신이 가볍게 맞춰 주는 편이 낫다.
여러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다.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보면서 관계에 신경쓴다. 감정이 개입되지 않도록 필요한 말만 한다. 서로 기대하는 것이 없으면 실망할 일도 없고, 상처도 덜 받는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관계를 맺을 때는 당당하지만, 그 사람에 대한 기대는 다 내려놓고 만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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