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몇 달 전 한 후배가 고민이 있다고 연락한 적이 있다. 무슨 일인지 스마트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침울해 보였다. 웃으면서 어떤 걱정이라도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했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후배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형님, 얼마 전 소개팅으로 만난 여자와 만났을 때 분위기가 좋았어요. 두세 번 더 만났어요. 이제 좀 더 발전적인 관계로 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여자가 연락하지 말라고 아침에 연락받았어요. 상대방도 저에게 호감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요.”
“네가 너무 연락을 자주 했던 것 아니야? 좀 급하게 밀어붙인 건 아니고?”
“아니요. 첫 소개팅 이후 ‘잘 들어갔냐?’고 하고, 매일 아침에 ‘출근 잘했냐?’, 점심에 ‘점심 맛있게 먹어라.’ 등 주기적으로 연락했어요. 답장이 좀 늦긴 했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오다 보니 당연히 호감이 있다고 느꼈지요. 그래서 3번 정도 만나고 고백하려고 했는데.”
“정말 너는 마음에 들었나 보네. 그런데 아직 연인 사이로 발전하지 않았는데도 너무 매일 자주 연락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도 연애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직 사귀지도 않는데 그런 연락을 계속 받으면 상대방이 부담 갖지 않았을까? 내가 살아보니 누구와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
“너무 연락을 자주 했나? 연애는 왜 이리 어려운지 모르겠네요. 마흔이 넘어서 밀당을 하는 것도 힘들고. 이제 그냥 혼자 살아야겠어요.”
“나도 그래. 꼭 연애뿐 만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는 게 어렵더라. 기존에 알고 지낸 사람도 잘 못 챙기고 떠나는 판국에. 너무 힘들어 하지 말고, 너 자신부터 잘 챙겨.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시간을 가지면서 천천히 알아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이 이야기를 끝으로 통화를 끝냈다. 스마트폰을 내리고 나서도 한참 마음이 좋지 않았다. 또 인간관계에 대해 곱씹게 되었다. 나도 처음 만나는 사람과 쉽게 친해지지만, 오래 유지하는 것이 스트레스다. 사람을 많이 접하고 만나다 보니 오래 만나고 싶은 사람, 한 번 만나고 끝내도 되는 사람 등이 누구인지 금방 판단할 수 있다. 사람을 가려 만나면 되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서 쓸데없는 인연은 맺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는 쉽게 사람을 만나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진짜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면 연락처도 묻지 않는다. 업무적으로 필요한 관계라면 필요한 이야기만 한다. 그래도 살면서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정신적으로도 의지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계속 인연을 이어 나가도 좋다. 어떤 사람과 천천히 친해져서 평생 친구로 지내는 방법은 없을까? 한번 내 경험과 세상의 지식을 토대로 알아보자.
첫째, 공통 관심사를 찾는다. 첫 만남에서 조심스럽고 가벼운 대화가 일반적이다. 어떤 사람과 친구가 되어 오래 보기 위해서는 공통된 주제가 있어야 한다. 영화, 독서, 운동 등 같은 관심사가 있으면 자주 보고 더 많은 개인적인 친밀감이 쌓일 수 있다.
둘째, 주기적으로 연락한다. 첫 만남 이후로 일이 없어도 친해지고 싶다면 안부 등을 물어보면서 일주일에 적어도 1회 정도 연락한다. 자주 연락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상대방도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셋째,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하자. 신뢰는 모든 관계의 기본이다. 가끔 나도 너무 친하다고 생각했는지 선을 넘다가 관계가 끊어진 적 있다. 적당한 거리와 온도를 유지하고, 적당한 좋은 언어로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하자.
넷째, 일관성이 중요하다. 잘나갈 때는 주변에 사람이 많지만, 망하게 되면 아무도 없다. 상대방이 잘되거나 힘들 때나 상관없이 한결같이 대해주자.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소중한 사람으로 자리 잡게 된다.
다섯째, 중요한 순간 축하와 용서를 함께 한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성과를 냈을 때는 축하해주고, 오해나 갈등이 생겨서 관계가 틀어지더라도 용서하자. 그런 경험이 시간을 통해 쌓이면 우정이 돈독해진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상처받았다. 상대방에게 연락처를 차단당했다. 연락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받은 적 있다. 친하게 지내자고 해놓고 먼저 연락한 적 없다. 이런 경험을 통해 관계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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