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작가 모임에 참석했다. 내 글쓰기 스승님 이은대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자이언트 북 컨설팅”은 나에게 고향 같은 곳이다. 스승님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글을 쓰지 못했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잠실 교보문고에서 자이언트 출신 출간 작가 1명이 초대되어 사인회를 진행한다. 사인회가 끝나면 뒤풀이를 통해 친목을 다진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편하다.
사인회에 가기 전까지 핸드폰이 울리지 않는다. 가족이나 소수 지인과의 카카오톡 메시지 정도만 확인한다. 주말에는 핸드폰 자체가 시계용도로 쓰고 있다. 마흔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연락이 오지 않으면 불안했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이렇게 인간관계까 좋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집착했다.
어느 순간, 혼자가 익숙해졌다. 북적이던 모임도, 끊임없이 울리던 전화도 점점 줄어들었다. 처음엔 그 고요함이 어색하고 두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꼭 외로운 건 아니었다. 정말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혼자서 도 시간을 잘 보내게 되었다.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나와의 대화를 늘려가고 있다.
혼자가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친구, 멀어진 인연, 그리고 여전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바쁜 일상에 치여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관계들이 떠오른다. 왜 그때 더 자주 연락하지 못했을까. 왜 그때는 사소한 자존심 때문에 먼저 손을 내밀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밀려오지만, 그마저도 지나간 시간의 일부다.
중년이 되면서 관계의 의미가 달라졌다. 2030 시절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당연했다. 친구가 많으면 마음이 든든했고, 늘 새로운 인연을 찾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사람을 만나면 힘이 나기보다는 에너지가 소진될 때도 많다. 그래서 더 신중해진다.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 어떤 관계를 이어갈지를.
혼자가 익숙해진다는 건, 더 이상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맞추려고 애쓰지 않아도, 내 마음이 편한 사람들과만 시간을 보내면 된다. 그게 중년의 인간관계다. 많지 않아도 괜찮다. 깊이 있는 소수의 지인이나 친구면 그만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리움이 밀려온다. 예전처럼 아무 이유 없이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던 시절이 그립다. 바보 같은 이야기로 웃고, 고민을 털어놓으며 위로받던 순간들. 이제는 쉽게 꺼낼 수 없는 기억들이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짙은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혼자가 익숙해지면 비로소 보인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 괜시리 힘든 날 말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 오랜만에 연락해도 어제 본 것처럼 편안한 사람. 그런 인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언젠가 누군가 물었다. "혼자가 외롭지 않아?"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가끔은 외롭지. 하지만 혼자 있기에 더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어." 혼자가 익숙해질 때, 비로소 관계가 보이고, 그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혼자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물론 가족이 있어서 더 행복하다. 혼자가 익숙해졌다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쓸쓸함과 고독이라는 친구가 새로 생긴다.
이제는 혼자가 주는 고요함을 즐기며, 내가 좋아하는 소수 사람에게 마음을 전해보려 한다. 먼저 안부를 묻고,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며. 혼자가 익숙해진 지금, 오히려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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