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중년의 우정, 침묵 속에서도 이어지는 마음

by 황상열

며칠 전 업무차 강원도 영월로 출장을 마치고 서울에 막 도착했다. 스마트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있다. 35년이 넘은 초등학교 죽마고우다. 다시 전화했다. 오랜만에 듣는 친구의 목소리가 반갑다. 안부를 묻다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지금 내가 있는 지하철역 근처에 있다고 했다. 만나자고 한 마디 던졌더니 흔쾌히 알았다고 대답한다. 15분 후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같이 먹었다. 평소에 연락도 잘하지 못하지만, 언제 만나도 반갑다. 침묵 속에서도 오래 이어지는 마음이 든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우리는 종종 우정의 변화를 경험한다. 젊은 시절의 친구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웃음은 점차 조용한 이해와 무언의 지지로 바뀐다. 중년이 되어 돌아보면, 가장 소중한 것은 말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친구들이다.


중년의 우정은 더 이상 매일의 만남이나 끊임없는 대화가 많이 필요없다.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지만, 어려움이 닥쳤을 때 한결같이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이 있다. 이런 우정은 세월의 테스트를 견디며 더욱 깊고 의미 있는 관계로 발전한다.


2012년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인기가 많았다. 이제 중년이 된 마흔 초반 4명 친구의 우정을 그렸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있었다. 변호사 역으로 나온 김민종 배우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각자 바쁜 일상에서 부고 소식을 전화로 전달받았다.


듣자마자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뛰어온다. 멍하게 영정사진을 보는 김민종을 3명의 친구가 끌어안고 조용히 우는 장면인데. 내 기억에서 없어지지 않는다. 중년의 우정을 잘 보여준다. 오랫동안 다져오면서 끈끈하게 이어지는 마음이 인상적이다.


나에게는 오랜 시간 소식 없이 지내다가도,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몇 명 있다. 우리는 서로의 생일이나 중요한 날에만 연락할지라도, 그 짧은 순간들이 모여 깊은 연결고리를 만든다. 가끔 약속하지 않고, 당일 오늘 저녁에 시간되냐고 물어봐도 언제든지 마음 편하게 만난다.


한번은 크게 아플 때, 오랜 친구가 병문안을 왔었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그는 내 손을 잡고, "괜찮아, 나 여기 있어," 하고 말했다. 그의 눈빛과 손길에서 진심이 느껴졌고, 그 순간 모든 고통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았다.


우정은 때로는 침묵 속에서 더욱 깊이를 갖는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며, 그 마음이 서로를 향한 믿음과 애정으로 이어진다. 중년의 우정은 이런 침묵 속에서 더욱 단단하고 깊어지며, 서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우리는 중년의 단계에서 서로를 더욱 소중히 여기며, 인생의 후반기를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가 된다. 진정한 친구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채, 서로의 삶에 깊이 뿌리내린 존재로 남는다.

그러니 지금, 친구에게 소식을 전해보자.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은 통할 것이다. 중년의 우정은 침묵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마음의 줄기처럼, 시간을 초월한 소중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중년의 우정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이어온 그 조용한 마음으로 충분하다. 아무리 오래 만나도 그런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다시 생각하자. 다시 말하지만 중년의 인간관계는 늘이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

A_serene_landscape_depicting_a_quiet_meeting_betwe.jpg

#중년의우정침묵에서도이어지는마음 #중년 #관계 #인간관계 #인생 #황무지라이팅스쿨 #닥치고책쓰기 #닥치고글쓰기 #마흔이처음이라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황상열작가

황무지 글쓰기 스쿨 .png

*독서, 글쓰기, 관계 등 고민 있는 분들 함께 하는 커뮤니티에 초대합니다. (참여코드 1316)

https://open.kakao.com/o/gnNomeeb


keyword
이전 04화멀어지는 사람들과 붙잡고 싶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