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너는 답장이 없어? 우리 친한 사이 아니었어?”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마흔 살 이전 성향상 친한 사람에게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 메시지를 보내면 꼭 답장을 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특히 바로 답장하지 않으면, 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나만 저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상대방은 나에게 관심이 없는가? 하루 종일 스트레스 받았다.
2030 시절은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는 게 좋았다. 사춘기 시절 혼자 지내던 시절이 많다 보니 극도로 혼자 있기가 싫었다. 모두를 붙잡고 싶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저녁 약속 잡았다. 월화수목금토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저녁 친구, 지인, 선후배, 모임 사람 등 돌아가며 만났다. 술 한잔 기울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좋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와 맞는 게 아니었다. 몇 번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성향과 성격인지 파악할 수 있다. 진심으로 나를 위해주는 사람도 많았지만, 내가 가진 지식을 빼먹기 위해 이용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앞에서 친절하게 대한 척하면서도 뒤에서는 내 험담을 하는 사람도 발견했다. 혼자 상처받고 먼저 연락을 끊기도 했다. 어느 순간, 관계의 무게가 달라졌다.
한때는 하루라도 연락이 없으면 서운했고, 모든 관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흔 후반이 된 지금은 조금 다르다. 멀어지는 사람들을 억지로 붙잡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두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할 때가 많다. 젊을 땐 사람이 많을수록 좋았다. 수많은 인맥, 끊임없는 약속, 바쁘게 오가는 관계 속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모든 관계가 영원할 수 없고, 어떤 인연은 소리 없이 멀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이라는 것을. 멀어지는 사람들, 그리고 변하는 감정들.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는 어느 날 문득 우리 곁에서 사라진다. 한때는 자주 만나고, 깊이 이야기 나누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진다.
마흔 전후로 독서와 글쓰기를 만나면서 다시 혼자 있는 시간에 집중했다. 매번 만날 때마다 나를 무시하고 뭐라 하는 사람부터 끊어내기 시작했다. 주변 상황이 달라진 점도 이유가 된다. 결혼하고 나니 미혼 사람들과 먼저 멀어진다. 가족이 생기면 예전처럼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진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삶이 달라지고, 관심사가 변하고, 각자의 현실이 바빠지면서 그렇게 멀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고, 그게 서운했다. 왜 우리는 예전처럼 연락하지 않을까? 왜 예전처럼 가까워질 수 없을까?
그러나 이제는 안다. 모든 인연이 같은 속도로 함께할 수는 없다는 것. 가끔은 멀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은 일일 수도 있다는 것. 이제는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 먼저 연락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서로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진다면, 그 또한 관계의 한 모습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붙잡고 싶은 사람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인연을 쉽게 흘려보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멀어지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곁에 두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바쁜 일상에서 문득 떠오르는 사람, 연락하지 않아도 마음이 닿아 있는 사람,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다시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는 다르게 행동하게 된다. 먼저 안부를 묻고, 작은 소식이라도 전하고, 때로는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본다. 누군가는 바쁘다는 이유로 관계를 미루지만,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면 바쁜 일상에서도 짧은 시간이라도 내게 된다. 그게 우리가 관계를 지켜나가는 방법이 아닐까.
이제는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떠나가는 사람을 붙잡으려 애쓰기보다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기로 했다. 이미 멀어진 관계를 아쉬워하기보다는, 앞으로 함께할 사람들에게 마음을 쓰기로 했다. 모든 관계가 오래 지속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서로가 소중하다고 느끼는 관계라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지켜야 한다. 그런 인연이 몇 명 되지 않더라도, 그 몇 명이 내 인생을 따뜻하게 해준다.
살아가면서 인연은 끊임없이 변한다. 멀어지는 사람도 있고, 가까워지는 사람도 있다. 그 과정에서 결국 남는 것은 내가 정말 아끼고,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제는 남아있는 인연에게 더 잘하려고 한다.
중년이 되었다면 조금 더 자주 안부를 묻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소중한 사람들이 떠나기 전에 내가 그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표현하려고 한다. 멀어지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붙잡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놓치지 않도록 마음을 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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