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후반 나이가 되니 확실히 에너지가 떨어진다. 체력도 달리는 느낌이다. 하루만 야근해도 다음 날 회복이 더디다는 점을 실제로 느끼고 있다. 지인을 만나도 예전처럼 밤새 술을 마시기도 힘들다. 2~3시간 있어도 졸음이 밀려온다. 웬만하면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든다.
업무 외적으로 저녁 식사를 제외하고 오랜만에 며칠 전 퇴근 후 지인을 만났다. 10년 전 잠시 시행사에서 근무할 때 같은 팀에 있던 후배다. 울산에 아파트 사업으로 잠시 몇 달간 근무할 때 많이 의지했던 후배다. 말도 잘 통하고 생각이 비슷하기도 했지만,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현명하고 어른스러운 그와의 술자리가 나에게는 한 줄기 빛이었다.
재작년에 만나고 오랜만에 만났다. 그가 새로운 출발을 전했다. 2023년 말부터 작년 말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말을 경청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같이 고민했다. 죽음, 돈, 인생 등 그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 편안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편하게 잠이 들었다.
불과 12~13년 전만 하더라도 저녁에 사람을 만나면 밤새도록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놀았다.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항상 늦은 새벽이다. 가끔 집에 가면서 일출을 보기도 했다. 젊은 시절에는 가급적 많은 사람을 아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내가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관계가 더 좋아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마흔 전의 나는 사람이 부르면 어디든 갔다. 한 사람이라도 더 알기 위해 피곤해도 어떻게든 사람을 만났다. 그들과 친해지기 위해 가족에게 소홀했다. 집안일과 육아 등은 뒷전이다. 그렇게 인맥을 넓히는 일에만 혈안이 되었다. 많은 사람의 숫자가 나에게는 큰 힘이 되어 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흔이 지나고 나서 내가 만난 모든 사람과 연락하고 지내고 있는가? 아무리 날고 기는 영원 사원이라도 그들 모두와 연락하지 않는다. 내가 왜 관계로 힘들어했는지 뒤돌아보면 딱 한 가지 이유다.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맞다. 내가 만난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나보다 그들 위주로 배려하고 맞추느라 내 시간을 허비했다. 굳이 쓸데없는 사람이 있는 곳까지 나가서 들러리를 서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으로 아까운 시간이다.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신경 썼어야 했다.
우리 나이로 48살이 된 지금 연락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이제는 정말 내가 무엇을 해도 응원하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소수의 지인, 친구밖에 없다. 더 있다면 책 쓰기/글쓰기 하면서 만났던 여러 좋은 작가들 정도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제 증년이 되면 모든 관계를 지킬 필요는 없다는 것. 마음이 편한 사람들과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값지다. 억지로 맞추려 애쓰지 말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자. 멀어지는 관계를 붙잡기보다, 함께할 때 편안한 사람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
좋은 관계는 노력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여유를 주기 위해서 시작한다. 중년 이후의 인간관계는 ‘숫자’가 아니라 ‘온기’로 남는다. 오늘 당신에게 온기를 주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그 관계가 잔잔하고 편안하게 오래 여운이 남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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