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Oct 14. 2018

마흔에게 - 기시미 이치로


작년 우리 나이로 마흔이 되고 나서 지나간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제대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5년전부터 시작한 독서와 3년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을 깊게 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나를 다시 돌아보고 인생의 방향에 대한 성찰은 계속 되고 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미래와 녹록치 않은 현실에 가끔 주저앉곤 한다. 질풍노도의 마흔을 지나고 있는 나에게 참으로 기가막힌 타이밍에 만난 이 책… <미움받을 용기>로 아들러 열풍을 일으켰던 기시미 이치로의 신작이다.


1) 인생, 내리막길이 최고
2) 어제 못한 일을 오늘은 할 수 있다 
3) 적어도 오늘은 살 수 있다 
4) 다시 살아갈 용기 
5) 어떻게 살 것인가 
6) 부모와 자식 사이 거리 두기 
7) 못한다고 말하는 용기 
8)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할 때 
9) 나는 나부터 챙기기로 했다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역시 아들러 심리학과 플라톤 철학의 이론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풀어내고 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두렵고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사람이 한번 태어나면 당연히 한해 한해 지날 때마다 나이가 먹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기시미 이치로는 이런 현상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현재 그 나이를 사랑하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도 어머니가 50살이 체 되기도 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져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아들인 자신에게 문학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죽을때까지도 배움을 그만두지 않고, 새로운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모습에 슬프지만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나의 어머니도 이제 육십대 중반이시지만,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려는 모습에 나 스스로도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배우고 경험하고 축적해온 것을 전부 집약하여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다. 어떤 평가를 받든 개의치 않고 배우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젊은 시절보다 사물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낸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이 구절에 있는 것 같았다. 마흔 이전의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과 그래도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 사이에 그 인생을 살면서 쌓였던 모든 것들이 글로 표현된 것이다. 내 생각보다 많은 경험과 느낌들이 쏟아지고, 그것을 통해 젊은 시절에 비해 좀 더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서 살 수 없습니다. 타자에게 도움이 되는 ‘공헌감’은 행복의 초석이며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를 ‘산다’는 건 아직 이 세계에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면 분명히 행복을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누구든지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이든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본인이 잘할 수 있는 달란트는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 달란트로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베풀면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삶이라면 그것이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싶다.


“과거만이 아니라 미래를 놓아주는 결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일만을 걱정하면 지금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하루하루,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으니 내일의 과제는 내일 생각하면 됩니다....과거는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 다른 각도에 초점을 맞추고 과거를 바라볼 수 있다면 자신을 탓하며 후회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과거에 먹이를 주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에 불안해 하지 말라고 그렇게 잘 알고 있는데, 여전히 그렇게 행동을 하는 내 자신이 아이러니하다. 과거의 실수나 성공은 이미 지나간 것이다. 지나간 것에 대해 너무 연연해 하지 말고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면 그만이다. 다시 한번 과거와 미래가 아니라 지금 현재라는 선물에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책을 덮고 나서 또 분명히 하나 느낀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어떤 누구든지 그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그 흐름에 따라 나이를 먹어가고 늙어가고, 결국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면 갈수록 자기가 의도하지 않는 나쁜 일도 마주하게 된다. 영원히 내 곁이 있을 것 같은 부모님도 언젠간 이별할 날이 온다. 그런 상황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내일 당장 죽어도 후회가 없도록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내가 기시미 이치로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이런 대답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젊은 사람에게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기대를, 지금 노년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젊을 때와는 다른 기쁨을 느끼며 사는 용기를 가지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마흔에게 #기시미이치로 #리뷰 #황상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