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처음 쓰기 시작하던 시절에는 쓸 공간이 없었다. 지금 집으로 이사 오기 전 살던 아파트 거실과 베란다 사이에 작은 테이블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썼다. 의자도 없이 쪼그려 앉아서 타자를 두드리면서 원고를 썼던 기억이 문득 난다. 11년 동안 글을 쓰면서 참 잘 써지는 날도 있지만, 진짜 한 줄도 못 쓰는 날도 있다. 머리를 쥐어뜯어도 어떻게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나도 백지에 한 줄도 못 쓰게 되면 기분도 좋지 않았다. 그 이후로 30분이 지나도 글이 써지지 않으면 노트북을 덮고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갔다. 공원에 가거나 동네 한 바퀴를 걸었다. 걷다 보면 다시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이 정리된다. 메시지는 어떻게 쓰고, 어떤 구성으로 전개할지 정리된다.
가끔 글쓰기 강의에서 글을 처음 쓰는 사람에게 쓰는 시간과 공간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글쓰기에서 ‘시간’은 ‘언제 쓰는가?’이고, ‘공간’은 ‘어디에서 쓸 것인가?’이다. 즉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무대와 시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언제 어디서 쓸지 잘 정해야 글쓰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지속적인 글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좋은 글은 머릿속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내가 쓰는 글의 흐름이 달라진다. 글쓰기에서 시공간이 중요한 나만의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에게 익숙한 공간은 집중력을 높인다. 글을 쓸 때마다 새로운 공간을 찾게 되면 집중력이 깨진다. 나만의 “글쓰기 공간”을 만들거나 정하면 몰입이 쉬워진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집 2층에 내 책상에서 글을 쓴다. 가끔 출장이나 여행을 가게 되면 테이블이 있는 자리나 근처 카페에 가서 쓰기도 한다. 자신만의 글쓰기 공간 확보는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둘째, 일정한 시간에 쓰면 글이 쌓인다. 정해진 하루 24시간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언제 써야 할지 정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어떤 일이 생겨도 한 줄이라도 쓰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매일 다른 시간에 쓰면 이 글쓰기 습관이 잡히지 않는다. 나는 주중에는 퇴근 후 밤 9시나 10시 이후에 쓰고 있다. 주말에는 오전에 주로 쓴다. 이렇게 매일 조금씩 쓰다 보니 12권의 개인 저서와 SNS에 수천 개의 글이 쌓였다. 불규칙한 글쓰기 시간을 오늘 다시 일정하게 정해보자.
셋째, 장소가 감정을 만든다. 글은 쓰는 사람의 감정이 담긴다. 늘 익숙한 장소에서 쓰다 보면 자칫 지루하거나 밋밋한 글이 나오기도 한다. 카페의 소음, 서재의 고요함, 여행지의 낯선 공기 등 글의 분위기는 그 공간이 결정한다. 나도 집에서 쓰다가 가끔 카페나 도서관, 여행지 숙소 등 다양한 장소에서 글을 쓴다. 확실히 공간이 바뀌면 내 기분도 좋아지거나 색다른 느낌이 든다. 그런 감정이 내가 쓰는 글에 고스란히 담긴다.
글은 언제 어디서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주제나 글감이 주어진다 해도 쓰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전혀 다른 글이 나온다. 또 시공간은 나만의 루틴과 습관에도 영향을 준다. 글을 쓰면서 나만의 시공간을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면, 오늘부터라도 언제 어디서 쓸지 먼저 정해보자.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정하고, 글쓰기 루틴을 만들자. 그것이 모이면 세상에 깜짝 놀랄 작품이 탄생하는 원인이 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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