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이 되던 해 나는 꿈꾸던 대학생이 되었다. 그 시절 유명했던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내일은 사랑>을 통해 대학만 가면 핑크빛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주구장창 미팅과 과팅등을 했지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도 별로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지만, 그 시절에는 정말 내 외모를 가꾸는데 관심이 없었다. 그냥 후드티나 티셔츠에 청바지. 면바지만 고수하는 스타일로 그렇다고 패션센스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보니 평범했다. 키도 큰 편이 아니고 마르다 보니 여성에게 어필할 매력은 하나도 없었던 셈이다.
스무살의 나는 꽤 오랫동안 같은 과 여자동기를 짝사랑했다. 그 해 여름방학때 편지로 어설픈 고백을 했지만 당연히 결과는 뻔했다. 동기 중에 차를 끌고 다니고 그 당시 한창 인기있었던 드라마 <별은 내가슴에>의 안재욱 스타일로 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내가 보기엔 정말 따라하고 싶은 대상이었다. 그러나 싸구려 셔츠와 어울리지 않는 검정색 청바지를 입고 어설픈 헤어스타일을 연출했더니 더 엉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쪽팔린 추억이다.
그런 스타일로 1997년 가을은 어떻게든 매력 어필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번번히 허사였다. 돌아오는 건 허무함과 그에 따른 소주 한잔이었다. 간간히 미팅이나 PC통신 번개모임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있지만 한 두 번 만나고는 연락 두절이었다. 그 시절 나는 왜 그렇게 연애를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군대에 가기 전에 처음 여자친구를 사귀기 전까지 스무살 사랑은 나에게 실패의 연속이었다.
2학년에 올라가서 1학년 후배들과도 많은 시간을 가졌다. 그 중에 한 여자후배가 나를 많이 좋아했다고 꽤 오랜시간이 지난 몇 년전에 들었다. 선배는 참 눈치가 둔하다고… 그랬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꽤나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만, 정작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예 없다고 생각했다. 가끔 나에게 먼저 연락와서 밥먹자고 하는 것도 그냥 친한 사이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사실 스무살의 사랑은 어설픈 게 많다. 풋풋하고 설레이는 감정도 느끼지만 그것을 표현하하는 사랑은 서투르다. 그래도 그 서투름이 오히려 청춘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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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금요일 밤 같이 일하는 발주처와 식사를 위해 강남역에 갔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발주처 관계자들이 오는 걸 기다리면서 오고 가는 사람을 구경했다. 저기 멀리서 20대 대학생 커플들이 많이 눈이 띈다. 서로 사랑의 눈빛을 주고 받으며 뭐가 그리 좋은지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이다. 그들을 보는 나도 흐뭇해지며 예전 기억들이 떠오른다. 벌싸 20년이 넘은 시간이 흘렀다. 나에게도 풋풋하고 찬란했던 20대 시절이 가끔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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