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과는 다르게 심신이 모두 과부하에 걸렸는지 그냥 쉬고만 싶었다. 아침일찍 일이 있어 아내와 아이들은 각자의 볼일로 교회로 갔다.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켰더니 재방송하는 드라마가 눈에 띈다. 예능에 자주 보이던 차태현과 영화에서 보던 배두나가 부부로 나오는 것 같다. 일단 틀어놓은 장면부터 보기 시작했다. 휴대폰으로 검색해 보니 제목이 <최고의 이혼>이란다. 원작이 일본 드라마로 이번에 리메이크된 작품이라고 나온다. 그냥 멍때리고 보고 있는데, 배우들이 치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참 현실적이다.
“가끔 생각해요. 결혼은 사람이 스스로 만든 가장 괴로운 병이라고 생각해요. 결혼은 길고 긴 고문이에요. 제가 레드와인이 마시고 싶을 때 화이트와인을 따요...”
차태현이 연기하는 조석무의 대사다. 인물 소개란에 보면 배두나가 연기하는 강휘루와 결혼을 한다.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자기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란 걸 알게된다. 이 대사를 치면서 결혼하고 진짜 나를 잃어버리고 매일 한숨 쉬다가 평생 이 사람 앞에서 연극하면서 살아야한다는 현실에 답답해한다.
가끔 나도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아내와 싸움을 반복하다 보니 가끔은 답답하다. 누가 보면 참 잔소리할 수도 있지만, 결혼을 하고 진짜 내가 누구인지 헷갈릴때가 많다. 혹자는 결혼을 하면 이제 가족이 생겼으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신혼때부터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바쁜 업무에 치여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겼다. 어떻게 보면 온전히 내가 선택한 직장의 문제인데, 그것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아내와 아이에게 가끔 짜증을 냈다. 답답한 마음에 혼자 바람쐬러 나가거나 산에 가서 결혼생활은 참 힘들구나 소리친 적도 많다.
“천장...천장. 기억난다. 그때 장인어른이 술 엄청 먹였는데.. 내 딸 내놔. 몇 번이나 말씀하셨거든.”
이혼을 결정하고 조석무가 강휘루에게 치는 대사다. 장인어른을 모시고 사는 나도 가끔 둘이 술을 마시면 많이 혼났다. 지금은 그러려니 하시지만,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 아내에게 가끔 잘 못하는 나를 보면 화도 많이 나셨을 것이다. 평상시엔 말을 못하시다 가끔 술을 드시고 나무라실 때, 참 못난 내가 아내를 데려다 고생만 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행복해지는 길에 서 있는 건데 그렇잖아요? 결혼도 이혼도 목적은 하나잖아요! 행복..”
호감을 가진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기 싫어 결혼을 했다. 그 결혼을 통해 행복을 실현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혼 후 여러 가지 사정과 이유로 인해 싸우고 불행을 겪기도 한다. 결혼하고 정말 서로가 맞지 않아 자기만의 인생을 찾아 떠나는 것도 행복의 이유가 될 것이다. 결국 어떤 것이 맞는지 본인의 몫이다. 결혼을 해서 행복할 수 있고, 이혼을 통해 자기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결혼생활에 대해 반성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혼하고 나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소홀하지 않았는지… 처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 돈만 벌어다주는 기계로만 살아온건 아닌지…
“당신은 나 사랑하지 않아. 당신이 좋아하는 건 당신뿐이라고! 엉!”
강휘루가 조석무에게 소리치는 이 대사는 내 가슴을 후벼팠다. 정말 나도 이기적으로 나만 생각하면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현실적인 드라마다. 아내와 아이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진짜 내 모습도 잃고 싶지 않은 건 역시 내 욕심일거다. 그 상황에 맞게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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