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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들

by 황상열

“황 작가님, 감사해요. 오늘도 좋은 강의 감사합니다.”

“황 작가, 축하해요.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상열아, 자주 보지 못하지만, 가끔이라도 한결같이 잘 대해줘서 감사해.”


마흔 후반이 된 지금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진짜 인연이라고 스스로 골라내기도 하고, 자의 반 타의 반 관계가 끊어진 사람도 많다. 무조건 많은 사람을 알고 그들에게 모두 시간을 내주는 게 당연하다고 느낀 시절이 있었다. 지나고 보니 남는 게 없었다.


특히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가진 무엇인가를 필요해서 취하거나 또 그것이 사라지면 가차 없이 연락을 끊어버렸다. 사람을 잘 믿고 좋아하게 되면 퍼주는 내 성격도 한몫했다. 그들에게 모든 것을 뺏기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처음 다가올 때 글쓰기나 책 쓰기, 땅 투자 등 그렇게 다정하게 물어보던 사람이 자신이 좀 잘나간다 싶으면 으스대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훈수를 둔다. 지금 그 사람들 사라지거나 지금 잘 나간다 해도 언젠가는 사라질 거다. 이후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 몇 명만 남겼다. 그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거나 실수해도 떠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살아가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난다. 누군가는 나의 말투를 보고, 누군가는 직업이나 외모, 성격 몇 마디로 나를 판단한다. 그리고 나조차도 가끔은 나를 보여주기보다, 보이고 싶은 모습만 꺼내어 관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갈증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는 사람, 꾸미지 않아도, 잘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을 향한 그리움.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건 흔치 않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그런 존재를 만나게 되면, 그 따뜻함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 너무 서툴고 불완전하지만 나는 완벽하지 않다. 때론 감정에 휘둘리고,

말을 잘못 전해 상처를 주기도 한다. 부끄러운 과거도 있고, 지금도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그런 나를 안다는 이유로 떠나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판단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졌고, 더 많이 숨기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무 말 없이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실수해도 이해해주고,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그저 옆에 있어주는 사람. 그 사람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숨이 편안해졌다.


마음이 놓였고, 나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는 사람은 결국, 나를 사랑하게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 사람 앞에서 나는 더 이상 꾸미지 않고, 실패를 감추지 않고, 솔직할 수 있다. 그런 관계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해지고, 오랜 시간 연락이 없더라도 다시 이어진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더 소중하고,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이 고맙듯,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결함을 들추기보다, 그 사람의 본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 서툰 모습도, 흔들리는 마음도 함께 안아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 그게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아닐까.


오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준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조심스레 전하고 싶다.

당신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따뜻하게 나 자신을 안아줄 수 있었다. 나도 누군가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그리고 영원히 곁에 남으련다.


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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