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날이 있다. 퇴근길 지하철 안, 문득 떠오른 얼굴 하나. 오래전 연락이 끊긴 친구. 연락처는 아직 스마트폰에 남아 있지만, 내 손끝은 망설인다. ‘지금 연락하면 이상할까?’, ‘갑자기 왜?’라는 생각에 결국 화면만 바라보다가 꺼버린다.그러고는 집에 와서도 마음 한켠이 불편하다.
예전에 정말 친했던 친구였다. 힘든 시기에 서로 도우면서 잘 지냈다. 아무 말 없이도 통하던 사이. 어느 순간 각자의 삶에 바빠졌다. 몇 번 연락했지만, 답장이 없는 메시지에 마음이 멀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결혼하고 한함 후 지방에 내려가서 홀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떻게 지내는지 연락할까?’ 싶다가 ‘몇 년 동안 연락하지 않았는데, 또 받지 않겠지?’ 하고 넘긴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마음속 작고 약한 목소리는 늘 똑같았다. ‘그때 연락할걸…’
어느 날 다른 친구에게 그의 소식을 봤다. 사고가 났고, 이젠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다시는 연락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의 관계는 마치 유리잔 같다. 깨지기 전까지는 단단한 줄 알지만, 손에서 한 번 놓치면 금세 산산조각이 난다. 다시 붙이려 해도 조심스럽고, 손을 다칠까 두렵고, 붙인다고 해도 예전 같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깨진 유리보다 더 아픈 건, 붙일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끝내 버린 내 마음이었다는 걸. 그때 연락해 볼 걸. 그 한 마디면 충분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잘 지내?” 그 말 하나면 충분했는데, 사람의 인연이란 생각보다 훨씬 쉽게 끊어진다. 또 생각보다 사소한 말 한마디로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오늘도 다시 그 이름을 떠올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쓴다. “문득 생각나서. 그곳에서 잘 지내지?” 다시 그에게 답장을 받을 수 없다. 이 한 문장이 늦은 후회를 조금은 덜어주기를 바란다.
그런 경험이 있고 나서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한 지인이나 친구에게 가끔 안부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연락해 볼 걸 생각만 하고, 마음을 전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앞으로는 좀 더 후회하지 않도록 하지 못했던, 아주 작은 용기의 말. 이제는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때 연락할걸”이라고 말하지 않도록. 지금, 안부가 궁금하거나 떠오르는 친구나 지인등 사람이 있다면 그냥 연락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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