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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이라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 카리나 베리펠트 등>

by 황상열

가끔 예전 문학작품을 읽는 경우가 있다. 특히 도스토예프스키 작품도 보면서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있다. 그의 작품 중에서 <백치>도 참 감명깊게 읽었다. <백치>에 나오는 주인공은 사형수다. 집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집행날 아침 간수들이 그를 사형대로 끌고 간다.

이제 5분 남짓 시간 후에 자신이 죽게 된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두려움이 몰려온다. 심장 박동수는 빨라진다.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제 이승에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니 답답하다. 불안은 덤이다. 사형대가 가까워오자 자신이 남은 시간이 5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5분 후면 내가 죽다니. 간수가 묻는다. 마지막 할 말이 없냐고.


“2분은 자신과 함께한 지인들과 작별 인사, 2분은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1분은 지금 여기 자신이 서 있는 주변을 돌아보고 가겠다.” 이제 사형대에 오르는 마지막 순간 그는 살고 싶었다. 온 마음 전체가 아직 죽으면 되지 않는다고 울부짖는다. 막상 죽음에 이르게 되면 살고 싶을 뿐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276명 사형수의 마지막을 지켜본 짐 브라질 목사가 담담하게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카리나 베리펠트 기자에게 털어놓는 이야기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라는 부제가 인상적이다. 만약 나도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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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에 따르면 우선 용서를 해야 전사가 될 수 있어요. 용서는 쉬운 일이 아니죠. 용서는 제일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와야 합니다. 시간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그날이 올 거에요. 기자님께도요.”


용서가 참 어려웠다. 나 자신을 위한 용서도, 나에게 상처입힌 타인을 위한 용서 모두. 2024년 일련의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용서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못살게 굴었던 타인에게도 용서를 구하고 싶다. 용서하는 순간 사람은 성숙해진다.

“인생에 닥친 모든 어려움들로부터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신께서 우리를 무조건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맡겨야 할 때가 오기 마련입니다. 그분과 싸우려고 하지 마세요. 저항하지 마세요. 그분을 받아들이세요. 그분이 여러분의 삶을 바꾸게 놔두세요. 그냥 그분이 하시는 일을 보기만 하세요.”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신의 영역에 맡긴다. 많은 것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했다. 욕심만 많았다. 이상만 높았다. 기대치가 크다 보니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급했다. 인생이란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저항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신에게 몸을 맡기는 인생, 그것이 진리다.


“실제로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화내지 않고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아직 짐이 살아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그에게 전했다. 짐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이 죽어도 좋은 날이겠지만 살기에는 더 좋은 날이라고.”


카리나 기자는 가끔 욱하는 아버지 때문에 어린 시절 불행했다고 밝힌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짐 목사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젠 편하게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고 책 에필로그에서 밝힌다. 그리고 아직 죽지 않은 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구절에서 책은 끝난다.


사형수나 암 환자나 죽음의 순간이 이르면 살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사실 죽음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갑자기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인간은 언젠간 죽는다는 사실이다. 시간은 유한하다. 이 책을 통해 삶의 의미를 한번 다시 생각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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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뽑혀 읽고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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