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마음 – 김승수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회사 전출로 인해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부산에 살다가 광명에서 결혼 전까지 살았다. 결혼 후 다시 서울에서 살고 있다. 지금까지 살았던 곳의 공통점이 어디일까? 바로 도시다. 도시는 말 그대로 모든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 아버지 고향이 시골이라 가끔 방학 때 큰집에 내려가면 신기했다.
다른 관점에서 도시라는 말을 지금까지 듣고 있다.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했다. 취업 때문에 전공을 살린 케이스지만, 도시계획 엔지니어로 지금까지 일하면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다. 발주처나 지자체, 회사 내부에서 “도시” 담당이라고 부른다. 마흔 후반까지 살면서 내 인생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오랜만에 읽고 싶은 책이 있어 서평단에 신청했다. 제목 자체가 신박했다. 도시의 마음이라. 도시에 마음이 어떻게 들어가지?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실 인문학책을 많이 보면서 도시계획이란 학문이 공학이지만, 인문학도 이해가 있어야 좀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다. 그 지역 주민과의 수용성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전주시장으로 8년 동안 재직하면서 전주시민들이 편리하고 살기 좋게 도시의 많은 곳을 개선했다. 특히 책과 도시를 엮어서 도서관을 짓거나 개선하는 내용이 이 책에 많이 나온다. 책과 관련된 도시로 전주가 유명하다고 익히 들었는데, 아마 저자의 노력이 이제야 결실을 맺어 보인다.
“좋은 도시는 아름다운 공원과 미술관, 놀이터와 정원, 도서관과 가로수 같은 공공장소를 통해 시만들의 삶의 무게를 덜어주려 노력합니다.”
공공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장소가 많으면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요새 만들어진 신도시는 이런 공공시설이 잘되어 있다. 도시계획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런 시설을 어떻게 만들고 이용하느냐이다. 하지만 민간 사업의 수익성과 연결되면 모순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에게 절실한 건 우리 모두를 품어주는 도시의 친구 같은 공공장소입니다. 공공장소는 살벌한 도시에서 나의 자리를 확인하고 시민성을 인정받는 장소입니다. 공공장소는 조건 없는 사람의 장소입니다.”
아파트만 많이 만드는 세상이다 보니 어떻게 보면 시민을 위한 장소가 많이 없었다. 그래도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이런 도시의 친구 같은 공공장소를 많이 만들고 있다. 공공장소는 정말 위 구절처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전문가의 주장은 때로는 많은 저항을 받습니다. 다른 생각과 다른 방법, 다른 눈높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때 목표의 완성도를 크게 해치는 타협안을 강요받으면 전문가는 자신의 역할에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떠나게 됩니다.”
도시계획 엔지니어 관점에서 이 구절이 참 와 닿았다. 전문가라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많은 방해를 받는다. 내가 제안했던 안이 관철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내 역할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고 실제로 충격받을 때가 많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지 모르지만, 정말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떠날 생각이다.
“도시는 시민들의 삶의 도구입니다. 시만을 향한 도시의 태도와 자세의 바탕에도 마음이 있습니다. 도시의 마음은 도시의 모양을 만들어냅니다. 도시는 시민들을 향한 마음이 형상화된 것입니다.”
어찌 보면 그 도시가 살기 좋다는 것은 살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이 좋은 쪽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살기가 좋지 않은 도시를 보면 그 시민들의 수준이 보인다. 앞으로 점점 살기 좋은 도시를 향해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다. 나도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게 뭔가 좋은 마음으로 돕고 싶다.
참으로 오랜만에 인문학 책을 읽었다. 도시의 관점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여러 좋은 내용도 많았다. 저자가 참 멋진 시장이라 생각했다. 이런 시장이 있는 도시에서 도시계획 엔지니어로 참여했다면 좀 더 보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도시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그 사람의 마음이 좋다면 당연히 좋은 도시가 된다.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가?
서평단에 뽑혀 읽고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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