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7시 30분이다. 저녁 먹고 아이들과 시간 보내거나 씻기고 나면 벌써 9시가 넘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밤 9시 이후 글을 쓰기 위해 1시간 정도 시간내고 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어서도 지키는 나의 루틴이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 몸이 근질근질하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글을 쓰지 않았던 시절이 있다. 오히려 글을 썼던 기간보다 더 길다. 나의 20대와 30대가 그 시기다. 퇴근하고 나면 사람을 만났다. 일주일에 3회 이상 술을 마셨다. 업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나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 당시 글쓰기는 오로지 회사에서 보고서와 검토서를 작성하기 위한 도구였다.
쓰지 않는 날은 머리가 복잡하다. 감정이 격해진다. 특히 나는 내 안에 누적된 감정이 술만 마시면 폭발했다. 억눌린 내 욕망이 술이라는 잘못된 도구를 통해 분출된 것이다. 그 끝은 좋지 않았다. 술이 깨면 늘 후회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내 감정과 스트레스를 분출할 도구가 필요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 시절에는 술 외에 다른 것이 있는지 몰랐다. 오로지 나에게는 술만 있으면 좋았다.
30대 후반에 글쓰기를 만났다. 인생을 바꾸고 싶어 시작했던 생존 독서의 끝은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다. 타인에게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겪었던 경험과 배운 지식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나누어 주고 싶었다. 말과 글이라는 두 가지 도구로 타인을 도울 수 있는데, 나는 우선 글을 선택했다.
비슷한 시기에 술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상처 주었다. 더 이상 나를 찾지 않았다. 자의 반 타의 반 혼자가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백지에 내 감정을 쏟아냈다. 그간 겪은 내 경험을 하나씩 종이에 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3~4시간을 글쓰기에 몰입했다.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일상에도 지장이 생겼다. 가족에게도 소홀하게 되어 하루에 1시간 내외로 글을 쓰는 시간을 줄였다.
글 쓰는 날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매일 블로그에 한 편의 글을 올리거나 새로 기획한 책 원고 하나를 쓰려고 노력한다. 회사 다니면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쓰는 삶을 붙들고 있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지 못하는 날은 짧게 5줄이라도 쓴다. 블로그에 못 올리면 쓰레드나 인스타그램에 어떻게든 흔적을 남긴다.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 글을 쓰는 동안에는 빨대를 통해 숨 쉬는 느낌이다. 글쓰기는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무기다. 내 안에 쌓이고 억눌렸던 감정을 배출하는 데 가장 유용한 도구다. 글을 쓰지 않는 날은 이상하게 나 자신이 낯설다. 여전히 일하고, 아이를 돌보고, 배우자로 살아간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글을 쓰지 못하면 어딘가 허전하다. 24시간을 충실히 살았는데, 그 비어있는 1시간이 공허하다.
사람들은 글을 쓰고 싶어 하지만, 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자신이 쓰고 싶을 때만 쓴다. 들쑥날쑥하다 보니 쓰지 않는 날이 더 많다. 작가가 되고 싶지만, 언제 초고를 다 쓸지 막막하다.
글을 쓰지 않으면 더 어렵다. 내가 왜 여기에 살고 있는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잊어버린다. 나의 바깥과 안쪽을 이어주던 어떤 실이 끊겨버린 느낌이다. 두 개를 이어주기 위해서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쓰지 않는 삶은 날이 가면 갈수록 나를 잃어버린다. 내 정체성이 모호해진다.
하루에 딱 1시간이다. 아니 1시간이 어렵다면 30분만 자신에게 시간 내어 글을 쓰자. 쓰는 삶과 쓰지 않는 삶은 성공과 실패 사이의 선택이 아니다. 내가 살아있다는 존재와 부재함의 선택이다. 내 삶을 진심으로 다해 사는 삶이냐, 그저 살아내는 삶이냐의 선택이다. 나를 바꾸고 싶다면 오늘부터 딱 1시간 쓰는 삶으로 들어오자.
오늘은 쓰다 보니 1시간이 넘었다. 요즘 다시 글쓰기가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한 편의 글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완성했다.
#쓰는삶과쓰지않는삶의차이 #1시간차이 #글쓰기 #직장인글쓰기 #중년의글쓰기 #글 #황무지라이팅스쿨 #닥치고책쓰기 #닥치고글쓰기 #자기계발 #단상 #황상열 #황상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