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자신만의 우주와 인생이 있다.
오늘 원주 공군부대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늦은 오후에도 불구하고 공기가 뜨거웠다. 숨이 턱턱 막혔다. 강변역으로 걸어가는 데 잠시 멈추었다. 얼굴은 이미 땀범벅이다.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다들 얼굴도 키도 다르다. 걷는 사람도 있고, 뛰어가는 사람도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각자 자신만의 우주와 인생이 있지 않을까?”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생각을 하면서 주변 사람을 보니 저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궁금했다. 이 더운 날씨에 뛰어가는 학생을 보며 무슨 급한 일이 있을지 생각했다. 지하철이 들어온다. 여러 명의 대학생이 같이 탔다. 서로 웃으면서 오늘 미팅을 하는지 기대에 찬 표정이 인상적이다.
앉아 있는 사람을 봤다. 더위에 지쳤는지 인상이 좋지 않은 한 남자가 보인다. 나와 비슷한 또래 같다. 나도 지쳤는데, 더 힘들어 보이는 그를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데, 저 사람도 그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구나.” 사람마다 걷은 속도가 다르고, 느끼는 감정의 깊이도 다르다. 누군가는 말 한마디에 주저앉고, 다른 사람은 그 상처 위에 꽃을 피우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돈과 권력을 좇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또 모두가 작가와 강연가를 꿈꾸지 않는다. 하는 일도 다양하다. 자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이 더 많다. 각자 자신만의 우주와 인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삶을 비교할 필요가 없다. 왜 사람마다 자신만의 우주와 삶이 존재할까?
첫째, 각자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이 태어난다는 의미는 우주의 힘이다. 부모님이 계셨기에 내가 있다. 부모님은 내가 고를 수 없다. 그저 세상에 나온 것이다. 누구나 다른 환경, 문화, 가치관 속에서 이 세상에서 태어난다. 부모의 성격, 지역, 교육 수준 등 그 모든 것이 내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결정짓는 출발점이 된다.
둘째, 느끼는 감정과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겪어도 어떤 사람은 기회로 보고, 다른 사람은 시련으로 본다. 나는 일과 인간관계를 시련과 고통으로 받아들였다. 힘든 일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기회로 봐도 되는데, 도망치는 일이 더 많았다. 감정의 깊이, 감성의 결이나 사고방식이 모두 다르다. 그렇다 보니 각자의 삶이 고유한 이야기가 된다.
셋째, 욕망과 꿈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안정을 원하고, 다른 누군가는 실패하면서도 도전을 갈망한다. 어떤 사람은 조용한 삶이 좋지만, 또 다른 사람은 화려하고 자신이 주인공인 무대를 꿈꾸기도 한다. 그 욕망의 크기가 다르다. 그것으로 삶의 방향과 깊이도 달라진다.
넷째, 각자 삶의 속도와 타이밍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초년에 성공하여 끝까지 지킨다. 평생 실패와 실수로 점철된 삶이지만 늘그막에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인생에서 ㅈ중요한 순간은 각자 상황마다 다르다. 속도의 차이가 곧 우주와 인생의 차이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더불어 살지만 그 관계 안에서 고유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가족, 친구, 부부, 연인, 직장 동료 등 여러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세계를 유지하려는 본능이 있다. 나도 내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관계 내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순간도 아이들이 떠들고 있다. 아이가 세 명이지만, 다 성격도 취향도 다르다. 각자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하다. 내 유전자가 있지만, 아이들도 자라면 각자 우주 안에서 멋지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지금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해도 너무 걱정하지 말자. 언젠가는 자신만의 근사한 우주가 열리는 날은 반드시 온다.
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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