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니?
그때 너는 하루하루가 벼랑 끝처럼 느껴졌을 거야.
다니던 시행사에서 몇 달째 월급이 밀리고,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 가장으로서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에 매일 시달리던 시기였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이
그냥 살아내고만 있었던 시간.
그런데도…
넌 그 속에서도 ‘책쓰기’라는 단어에 마음이 끌렸더라.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아무 보장도 없었지만
책을 써보고 싶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꺼트리지 않고
글쓰기 강의에 등록하고, 밤마다 원고를 썼지.
너무나 조심스럽고,
남들에게는 말도 못할 꿈처럼 느껴졌지만
그건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어.
그건 진짜 너의 삶으로 향하는 첫 삽질이었어.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어.
그때 너는 몰랐겠지만,
그 글쓰기의 씨앗이
10년이 지난 지금
‘강연’이 되고, ‘책’이 되고,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는 콘텐츠가 되었단다.
현실은 여전히 만만치 않아.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지만
이제는 누구의 평가에 목매지 않고,
내 이름으로 내 이야기를 하며
사는 방향으로 인생의 핸들을 틀고 있어.
사실 그 시절의 너는
누구보다 지쳐 있었고,
도망치고 싶었고,
세상에 서운한 마음도 참 많았잖아.
그런데 그런 속에서도
작은 불씨 하나를 꺼트리지 않고 지켜낸 너는
지금의 나에게 가장 큰 자산이 되었어.
가끔은 묻고 싶어.
“그때 왜 그렇게까지 버텼니?”
“그 절망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어떻게 다시 일어설 생각을 했니?”
참 대단하다, 너.
정말 수고 많았고,
정말 잘 살아왔어.
지금 너는 그때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고,
조금 더 중심이 생겼고,
무엇보다도 ‘어떤 삶을 택할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어.
그래서 이 편지를 꼭 남기고 싶었어.
“2015년, 현실은 무너졌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새로운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10년 뒤, 나는 그 문 안에서 살고 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딘가에서 불안하고 흔들리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기억해 주세요.
작은 불씨도, 언젠가는
당신의 삶을 바꿀 거대한 불꽃이 될 수 있다는 걸.
2025년 여름,
조금 더 단단해진
황상열이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