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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필요한 한 가지 덕목, “절제(덜어내기)”

by 황상열

첫 글 쓸 때가 생각납니다. 2012년 초 제 잘못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잘렸습니다. 해고당했다는 이야기죠. 사회생활 시작한 지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4번째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모든 게 끝이 난 줄 알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 당시 30대 중반의 나이였는데, 누가 보면 직장생활 부적응자로 봤을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원망했습니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 다른 사람은 다 잘 사는 것 같은데.’ 내 가슴 속은 이미 불만과 불평으로만 가득했습니다.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으니 먹고 사는 문제가 또 막막했습니다. 더구나 결혼해서 아내와 아이까지 있는데도 정신차리지 못하고, 가족 앞에서 감정을 팍팍 드러냈습니다.


이 하소연을 누구에게라도 하고 싶어서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연락했습니다. 한두 번 정도 만나주지만, 그 뒤로 제 연락은 받지 않았습니다. 먼저 오는 연락도 없었습니다. 믿었던 사람들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억눌린 감정을 어떻게든 표출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책에서 글쓰기가 감정을 쏟아내는 데 좋다는 내용이 기억났습니다. 곧바로 컴퓨터를 켜고 한글창을 열고 떠오르는 감정을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어느 정도 적고 나자 이상하게 마음이 좀 가라앉았습니다.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차분한 상태에서 썼던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너무 적나라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런 내용은 다시 지우고 글을 다듬었습니다. 모든 감정을 쏟아낸 글이 자신에게 좋을지 모르지만, 읽는 사람에게 오히려 머리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솔직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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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책 쓰기>,<당신만지치지않으면됩니다>등 20권의 종이책, 40권의 전자책을 출간하고, 토지개발전문가/도시계획엔지니어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는 작가, 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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