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전후로 들어간 9번째 회사를 마지막 직장이라고 여겼다. 마흔이 넘으면 더 이상 직장을 옮기는 것이 힘든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그 당시 사회생활 한 지 13년 차가 지난 시점이다. 13년 동안 9번의 회사를 옮겨 다녔다. 가족이 불안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할지 모르겠다.
마흔 살에 들어간 회사에서 오래 다니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부당한 일이 있어도 참고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흔 중반이 되었다. 이젠 다음 스텝을 나가야 했다. 즉 직원 실무가 아니라, 임원으로 영업이나 수주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직장 생활을 오래하기 위해서는 각 단계마다 할 일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그래야 인정받고 롱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영업과 수주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행동에 옮겼어야 했는데, 자꾸 미루게 되었다. 영업과 수주를 위해서 사람도 자주 만나고, 술자리에도 참석해야 했다. 어찌 보면 그렇게 하는 게 싫었다. 또 지금처럼 직원 실무만 잘해도 회사에서 자르지 않으니 편했다. 안전지대에 그냥 머무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확실히 영업과 수주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다른 이유도 겹쳐서 결국 재작년 희망퇴직을 당하게 되었다. 8년 동안 다닌 회사를 나오게 되자 막막했다. 마흔 후반의 나이에 재취업이 가능할까 싶었다. 다행히 운이 좋게도 지금 회사에 합격해서 다니고 있다. 사실 지금 회사에서도 언제까지 다닐지 모른다. 그저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주나 영업을 하기 위한 노력도 조금씩 하고 있다.
이렇게 직장인이 안전지대에 머무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하는 일에 익숙하고, 별다른 도전 없이 무난하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안전하게 보이나, 그 이면에는 나태하고 무력감, 불안감이 계속 남아 있다. 내가 그랬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