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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by 황상열

금요일 개그계의 대부 전유성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하게 되었다. 토요일 건강검진도 받고 오랜만에 위와 대장 수면 내시경 검사를 위해 약을 받으러 병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내 건강이 어떤지 병원에 가는데, 유명 인사의 부고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무슨 남이 죽었는데 그렇게 신경 쓰냐고 말할 수 있는데, 내 성향이 감성적이라 그런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


기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죽기 3일 전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개그맨 최양락이었다고 한다. 보고 싶다고 했더니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최양락과 팽현숙 부부는 바로 차를 몰아 그에게 갔다. 모습이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 슬펐는데, 오히려 전유성은 최양락에게 웃으면서 유머를 던졌다. 그 모습이 더 울컥했다면서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다.


전유성이 또 보고 싶다고 했던 한 사람은 결국 오지 못했다. 해외에서 공연 중으로 바로 시간을 바꾸어 한국에 가도 이미 볼 수 없었다. 그는 바로 가수 이문세다. 전유성이 방송 진행자로 이문세를 추천해서 더 유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좀 더 이른 시간 살아계실 때 인사 못 드린 게 한이라고 울먹이는 그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었다.


병원에 가서 수면 내시경을 위해 위와 장을 비워야 해서 약을 받아왔다. 아내와 아이들이 아직 집에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지방에 있는 교회에 내려가야 하는데, 각각 피로와 몸살로 고생하고 있다. 아내도 장거리 운전해야 하는데, 그동안 피로 누적으로 언제 출발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직 출발하지 않아서 오랜만에 5학년 둘째 아들과 게임 가게에 가기로 했다. 매번 가자고 했는데.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마지막에 간 게 언제인지 아들에게 물어보니 올해 3월이었다. 벌써 반년이 흘렀다니. 아무래도 지금이 아니면 갈 수 없어서 바로 아들과 밖으로 나왔다. 버스 타고 지하철을 타고 노원역에 있는 게임 가게에 갔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 중 자주 하지 않는 게임 하나를 가게에 전시된 다른 게임과 바꾸었다.

같이 집을 나서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간다. 버스를 기다리다 같이 탄다. 아들과 같은 자리에 나란히 앉는다. 지하철을 갈아탄다. 아들은 자리에 앉고, 나는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 아들을 바라보는 내 눈은 보통과 다르다. 그저 미소가 지어진다. 노원역에 내려서 게임 가게까지 같이 걸아가면서 이야기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게임 가게다.


회사 일한다고, 글 쓴다고. 가족과 시간을 많이 나누지 못했다. 나에게 우선순위는 회사 일과 독서, 글쓰기, 간간이 하는 강의였다. 그렇다고 잘하지도 못하면서 그들과 시간 보내는 게 어려웠다. 그때는 몰랐다. 회사 일과 글쓰기 및 강의로 돈 벌면 나중에 가족과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갔다. 이미 아이들은 이제 내가 필요없는 시간이 되어 버린 것도 모른 채.


첫째 딸은 이제 중학교 3학년이다. 딸이 어릴 때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 소소하게 둘이서 밥을 먹은 기억도, 여행을 간 기억도 희미하다. 내 스마트폰에 남긴 사진을 보니 딸이 5살 때 함께 갔던 에버랜드가 마지막이었다.


그런 후회를 다시 하지 않기 위해 아이들에게 최대한 시간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마저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어떻게든 짧게 그들과 시간을 맞춘다. 금요일과 토요일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같이 시장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었다.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 야구 선수 카드를 파는 편의점도 찾아다녔다. 비록 2시간 남짓 되는 시간이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내 시간만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그 투자한 시간만큼 돈을 번 것도 아니다. 그저 가족에게 미안하다. 무엇이 더 소중한지 알게 되는 요즘이다. 나중이란 없다. 무슨 일이든 지금 행복해야 한다. 좀 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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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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