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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와 동료에게 기대를 줄이는 법

by 황상열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자주 실망하는 대상은 일이 아니라 사람이다. 정작 일을 힘들게 하는 건 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말을 이제는 그저 농담으로 넘기기 어렵다. 씁쓸한 기분이다.

처음에는 나도 기대했다. 같은 팀이라면 서로 도와줄 거라고, 상사는 적어도 상식은 통하는 사람일 거라고. 회의에서 좋은 의견을 내면 “좋다, 그렇게 가자”라고 반응해 줄 거라고.


내가 밤새워 만든 자료를 보면 “고생했어!” 한마디쯤은 해줄 거라고. 그런데 그 기대는 하나둘씩 조용히 꺾였다.

10년 전 잠시 다녔던 시행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좀 생소한 분야를 검토해서 대표이사에게 급하게 보고해야 했다. 당시 직급은 차장이다. 바로 위 상사가 K이사였다. 그는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개인적으로 잘 챙겨주었다. 건설사에 오래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서 업무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았다. 업무 진행하다 모르는 내용이 나와서 질문해도 잘 알려주었다.


그날도 내용을 잘 몰라서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 초안을 만들어 K이사에게 보고했다. 보고서 내용을 보더니 잘 썼다고 웃는다. 자신이 황 차장과 함께 작성해서 대표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몇 시간 후 대표이사가 큰 소리로 나를 부른다. K이사는 대표이사 방에서 나왔다. 스쳐 지나가는데 나를 보고 웃는다. 보고가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대표이사 방에 들어가는 순간, 결재서류가 내 얼굴로 날아왔다. 대표이사 왈 “너는 할 줄 아는 게 뭐야!!”


K이사는 대표이사가 표정이 좋지 않자 내가 다 작성한 거라고 보고했던 것이다. 자신의 책임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도움은 커녕, 눈치만 보는 동료. 잘되면 자신이 잘한 것이다. 실수는 부하의 몫이라는 K이사 같은 상사. 정작 실무는 하지 않으면서 뒤에서 평가만 하는 관리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빠지고, 칭찬받을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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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책 쓰기>,<당신만지치지않으면됩니다>등 20권의 종이책, 40권의 전자책을 출간하고, 토지개발전문가/도시계획엔지니어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는 작가, 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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