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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an 16. 2019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며칠전 오랜만에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갑자기 옆 테이블에 남자 두명과 여자 한명이 앉았다.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고, 여자는 지켜 보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연히 나는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남자1 : “이 여자 언제 만났어요? 내가 7년동안 만났고 헤어지자고 했지만 완전히 정리한 건 아닌데요. 당신 이 여자 남자친구 맞아요?”

남자2 : “네, 맞아요. 11월부터 만났으니 이제 두달 좀 넘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찾아와서 왜 이러시죠?”

남자1 : “아니 내가 지금 이 여자 남자친구인데 무슨 소리 하시는 거에요?”

(여자가 남자1에게) “우리 끝났어. 지난번에 내가 다 이야기했잖아. 그만하자고. 구차하게 왜 이래?”

남자1 : “저기요. 나 이 여자랑 할 이야기 있으니 잠깐만 비켜주세요. 부탁입니다.”

남자2 : “네. 알겠습니다. 다만 폭력적으로 화를 내시면 저도 가만 안 있습니다.”


남자2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 남자1이 갑자기 테이블을 주먹으로 쳤다. 그 소리에 카페 손님들이 다 쳐다보았다. 나도 더 이상 독서에 집중하지 못했다. 잠깐 이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책을 읽는 척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또 듣게 되었다. 


남자1 : “난 아직 안 끝났어. 나 마음 약한 거 알잖아. 나 일하면서도 손에 잡히지 않아. 넌 7년이란 시간이 아깝지 않아?”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여자 : “난 분명히 끝났다고 이야기했어. 구질구질하게 매달리지 말고 갈길 가. 새 남친 앞에서 왜 그래?”


어떤 상황인지 뻔히 보였다. 더 듣기 싫기도 하고, 예전 내 생각도 나서 얼른 정리하고 자를 파했다. 지금 아내를 만나기 전 몇 번의 연애를 하면서 이별을 겪었다. 나도 남자1처럼 조금은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더 좋아해서 그런 면도 있지만, 항상 잘못은 내가 해 놓고 이별통보를 받았다. 한마디로 차인 것이다. 그렇게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몇 번 그녀에게 매달려 보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상태니 되돌릴 수 없다. 


아마 남자1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본인이 더 좋아하면서도 그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몇 번 주었을 것이다. 여자는 한번에 이별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서서히 쌓이다가 결국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진짜 이별을 선언한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나조차도 그 예의를 지키지 못했다. 그냥 깔끔하게 헤어지면서 그녀의 미래를 빌어주면 그만인 것을. 처음에는 멋있게 쿨한 척 헤어졌지만, 결국 미련이 남아 또 찾아가고 연락해서 매달려 보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그게 계속되면 집착이다. 남자1을 보면서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좀 착잡했다. 남녀사이가 꼭 아니더라도 인간관계에서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면서 잘 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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