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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an 27. 2019

파도 같은 인생에 맞서는 자세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은밀하고 위대한 동물의 사생활>이란 예능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연예인 몇 명이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어 자연 속에 살고 있는 동물의 생활을 찍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이번 편에는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국민 여동생’ 타이틀이 어울리는 문근영외 몇 명이 출연하여 아르헨티나 한 섬에 가서 펭귄의 생활을 찍는 것이었다.    


사전답사 때 문근영은 펭귄을 보고 계속 너무 귀엽다고 표현했다. 펭귄과 사랑에 빠진 모습이다. 펭귄들의 배변 장면 및 일몰 광경등 여러 장면을 찍으면서 프로그램은 이어졌다. 마지막 날 촬영에 강한 바람과 파도로 어려움이 있었고, 펭귄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없었다. 가까스로 펭귄 무리를 찾았는데, 그들은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를 헤치면서 사냥을 하는 모습이었다. 파도가 세서 진입했다가 다시 돌아오지만, 다시 파도에 뛰어들어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본 문근영은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다.     


“파도가 크고 작든 간에 저 펭귄 친구들은 그냥 뛰어들다가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고 담담하게 살아가네요.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걸 보고 있는데 나를 다시 되돌아보는 느낌이에요. 그냥 살면 되는 건데 저 친구들은 하고 있구요. 그런 펭귄의 모습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이 말을 들으면서 나도 내 인생의 파도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잠시 되돌아봤다. 나 역시 저 펭귄 친구들처럼 못했던 것 같다. 파도가 치는대로 방향을 잡지 못한채 이리저리 내 감정대로 휩쓸리면서 살았다. 파도의 크기에 따라 더 힘들어하고 포기의 속도도 빨랐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말뿐이었다. 인생에는 늘 파도가 치고 있는데, 그 위에서 서핑을 타는 내가 중심을 잡고 그냥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살면 그뿐인 것을… 이 거대한 자연 안에 티끌 하나 밖에 안되는 내가 그냥 섭리대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에 담담하게 맞서면서 살아가면 그만인 것을…펭귄들은 그 섭리를 그냥 담담하게 쳐다보고 거센 파도에 잠깐 몸을 피하면서도 사냥을 멈추지 않았다.   

 

인생을 파도에 많이 비유한다. 파도가 잔잔하게 흘러갈때도 있고, 비바람이 심하게 치면서 휘몰아 칠때도 있다. 그것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늘 문제가 터지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해보지만, 역시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간 적은 한번도 없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내 인생의 파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냥 지켜보고 있다. 그 파도가 더 거세게 나를 몰아붙여서 바다 저 밑으로 보낼지 아니면 잔잔하게 쭉 지나갈지 말이다. 앞으로 더 많은 파도가 몰려올 것이다. 한편으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렵기까지 하다. 아직 그 파도는 먼 훗날의 이야기고, 아직 오지도 않았으니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냥 내 앞에 닥친 파도 앞에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바라보면서 헤쳐 나가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파도같은인생에맞서는자세 #은밀하고위대한동물의사생활 #문근영 #단상 #황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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