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아내의 고모님들과 식사 자리를 함께했다. 안동에 계신 장인어른 댁에 올 때마다 같이 시간을 보낸다. 장인어른은 9남매의 첫째로 처음 내가 인사 갔을 때가 딱 만 61세 환갑의 나이로 기억한다. 17년 전 집안에 처음 사위가 들어온다고 고모님들과 작은 아버님들이 오셔서 마주했던 첫 식사 자리는 결국 내가 술에 만취해 실려 나가는 것으로 끝났다. 한 잔씩만 받아도 마흔 잔을 넘게 받았으니 아무리 정신 차리고 먹어도 안 취할 수가 있었을까?
시간이 흐르고 술을 끊었다고 고모님들께 이야기하니 잘했다고 칭찬한다. 이제 모두 건강 문제로 예전처럼 술 대신 음료수로 대체하고 있다. 장인어른 집 앞마당이 의외로 넓다. 고기를 사다가 밖에서 오랜만에 구워 먹는 즐거움이 있다. 오랜만에 어른들과 이야기 나누니 명절을 보내는 느낌이다.
역시 인생의 고민이 있을 때는 나보다 좀 더 오래 산 선배나 어른의 말씀을 듣는 것도 참고가 된다. 그게 잔소리가 될 수 있고, 차분하게 타이르는 조언이나 위로가 될 수 있다. 어찌 되었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다. 그 사실도 마흔 후반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2030 시절은 어른이 뭐라고 하면 듣지 않았다.
꼰대라고 하고, 왜 그런 이야기를 해서 사람 기분만 상하게 하냐고 대들기도 했다. 부끄럽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이야기의 80% 정도는 사실이었다. 먼저 겪고 나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미리 해준 조언이었는데, 그때는 왜 그리 젊은 혈기만 믿고 말을 듣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기도 한다.
장인어른, 다섯째 고모부님과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들었다. 장인어른이 하신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70살이 넘는 인생은 덤으로 사는 거다. 이제는 언제 하늘에 가도 이상할 나이가 아니야.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면 된다.” 어제는 이 말을 들으면서 왜 그리 내 가슴 속에 후벼팠는지 모르겠다. 이젠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모두 이해가 되어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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