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인기가 상승세다. 이제 종영을 앞두고 있는데, 친딸 혜나의 죽음을 알게된 강준상 (정준호 분)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어머니(정애리 분)의 바람대로 어릴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대 의대를 거쳐 최고의 엘리트 의사가 되었다. 그러나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한 친딸의 존재를 알게되고 나서 자기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대든다.
“내가 병원장이 아니어도 엄마 아들 맞잖아요. 나 그냥 엄마 아들이면 안되요?”
이 대사를 들으며 많은 생각이 오갔다. 어린시절 극 중 정애리만큼은 아니지만 아버지도 꼭 명문대에 가야 인생을 성공할 수 있다고 나에게 늘 말씀하셨다. 사춘기 이전까진 공부를 잘해 명문대에 합격하는 것이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정말 열심히 했다. 그에 따른 성적도 당연히 좋았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열심히 해도 떨어지는 성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아버지는 왜 그것밖에 하지 못하냐고 다그치시며 꼭 명문대에 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만 외치셨다.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는 나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결국 아버지의 뜻과 달리 내 마음대로 대학에 진학했다. 아버지는 자꾸 재수나 편입을 권유하셨고, 나는 그것이 너무 하기 싫어 그냥 말을 듣지 않았다. 작은 설계회사에 취업하고 나서도 아버지는 대기업, 공기업을 준비하라고 하셨지만, 그 잔소리가 싫어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았다. 집에 아버지가 계시면 좋은 학교, 좋은 회사에 누가 갔으니 너도 좀 다시 해보라는 잔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게 듣기 싫어서 매일 술 마시고 늦게 들어가는 일상이었다.
결혼을 하고 큰 아이를 낳고 나서 아버지의 마음이 조금씩 이해는 되었다. 이 어려운 세상을 먼저 살아가는 선배로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랬다는 사실을… 하지만 꼭 그것이 명문대를 가서 좋은 회사를 다녀야 성공한 인생인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큰 회사에서 승승장구해서 잘 나가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성공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이제 40대가 되어 노인이 되신 아버지께 술 한잔 따라드리며 말했다.
“아버지, 꼭 공부를 잘해야 제가 자랑스러웠나요? 아버지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사는 게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때는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꼭 가야 한다는 것에 강박관념이 생겼습니다. 아버지가 못한 걸 왜 내가 대신 그것을 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그게 스트레스 였는지… 지금 있는 그대로의 아들 모습을 봐 주세요. 저는 지금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정말 제 인생을 사는 것 같아서요.”
극 중 강준상(정준호 분)도 이제야 제대로 된 자기 인생을 살아보려 할 것이다. 성공을 위해 어머니 말씀대로만 살았던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다 보니 정작 자기 인생에 무엇이 중요한지 놓친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그 반발심으로 아버지가 너무 싫어서 삐딱하게 굴었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왜 내가 이루어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식이 잘되어야 내 인생이 좋아진다는 그런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부모는 자식 스스로가 자기 인생을 개척하며 주도적으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면 그만이다. 잘난 자식이든 못난 자식이든 인생은 그들의 몫이다.
#그냥엄마아들하면안되요 #스카이캐슬 #정준호 #의사 #단상 #황상열